추락에서 비상으로, 심연에서 수면 위로
나는 스스로에게조차 말하기 어려운 마음으로 이 브런치 북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가능한 가장 깊숙한 곳에 묻어두었던 날들과 그때의 감정들을 꺼내 기록했다. 마치 철 지난, 혹은 싫증이 난 옷들을 옷장에서 뒤지고 솎아내는 것과 같았다.
'촌스럽네. 그러게, 이렇게 못 생겨서 깊숙이 처박아두었지.'
먼지가 풀풀 나고 케케묵은 것들을 모두 꺼내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옷장이 터져 나가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싫은 것을 마주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연재를 결정한 건 잘한 일이다. 약속을 정하지 않았으면 중간에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아직도 새 옷을 맞이할 깔끔한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그래서 브런치에게 고맙다. 또한 화려한 성공담도 아닌 획기적인 정보나 그럴듯한 동기부여를 하는 내용도 아닌 이야기에 조용히 응원해 준 독자들에게도 감사하다.
돌아보면 이 기록은 나를 심연에서 수면 위로 꺼내는 과정이었다. 회피하고 괴로워하던 것들을 마주하고 잘 보내줌으로써야만 얻을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그 덕분일까. 최근에 “건강해 보인다”, “단단해졌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것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무겁고 낡은 옷들을 꺼내어 정리한 지난 과정의 성과일 것이다. 막상 차분히 써 내려가니 그 칠흑 같았던 어둠조차 별 것 아닌 듯이 느껴졌다. 심지어 앞으로 뭐든 잘 이겨낼 수 있겠다는 용기까지 얻었다.
한국에 온 이후 나는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행기가 아닌 나만의 영역에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듯하다. 비록 눈부신 날갯짓은 아닐지라도 단단한 날개를 다시 펼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늘 이 시간 또한 훗날 돌아보았을 때 좋게 기억될 과거이자, 또 다른 미래의 초입이 되기를 바란다.
굉장한 분량은 아니지만 어느덧 5개월 차, 20화를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지으려 한다. 에피소드를 더 이어가기보다 하나의 과정을 잘 마쳤다는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나의 추락은 끝이 아니었다.
까마득한 심연은 나를 집어삼키지 않았다.
지난 시간을 털어낸 지금, 비로소 나의 새로운 계절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나는 추락한 승무원입니다>의 여정을 함께해 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새로운 연재를 통해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