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에게 꼭 필요한 자질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팀워크와 의사소통, 언어 능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중요한 능력이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눈빛과 말 한마디로도 신속하게 뜻이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하지만 기내라는 공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을 때 기적 같은 순간이 만들어진다. 내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경험이 바로 그렇다.
홍콩에서 도하로 돌아오는 비행이었다. 야간 비행이라 기내는 어둑했고 대부분의 승객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 고요함을 깨는 콜벨이 울렸을 때, 우리는 곧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순간부터 모든 승무원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환자를 확인한 승무원이 있었고, 그걸 본 다른 크루는 산소통과 AED(제세동기)를 들고 뛰어왔다. 누군가는 상황을 사무장, 기장님께 보고했고, 또 다른 이는 기내방송으로 의료진을 찾기 시작했다. 서비스는 멈출 수 없었기에 남은 크루들은 승객들을 안심시키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단 1분 1초라도 늦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모두의 움직임은 긴박하면서도 놀라울 만큼 정확했다.
그런데 기내 방송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부분 잠들어 있었고 자국의 말이 아니다 보니 주의 깊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중국인 크루가 다시 중국어로 의료진을 요청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드는 승객들이 나타났다. 의사와 간호사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율이 돋는다. 언어 하나가 누군가의 생사를 가르는 열쇠가 된 순간이었다. 의료진이 확인되자 의사만 열 수 있는 구급상자까지 준비되었고 본격적인 응급조치가 시작됐다.
다행히 환자는 의식을 되찾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난관이 있었다. 깨어난 환자는 영어를 전혀 못했다. 그는 아라빅(아랍어)을 쓰는 승객이었다. 이번에는 아라빅 크루가 나섰다. 의사의 지시를 환자에게 통역해 주며 필요한 조치가 차근차근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의사와 기장님의 판단하에 심장마비 승객의 생명을 위해 도하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글라데시 다카에 다이버트(불시착)를 하는 등 큰 고비를 넘긴 이후에도 일은 계속되었다).
어쨌든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확실히 느꼈다. 팀워크는 단순히 서로 돕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 누가 보고했는지, 누가 의료진을 찾았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움직이는 것, 그것이 진짜 팀워크의 순간이었다. 의사소통 또한 단순히 잘 말하는 능력이 아니다. 긴박한 순간에 정확한 정보를 전하고 불안을 키우지 않도록 차분하게 안내하는 것이 원활한 의사소통이었다. 마지막으로 언어 능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역량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중국어 한마디가, 아라빅 통역 한마디가 결국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으니까.
돌이켜보면 그 순간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하지만 그건 허구가 아니라 실제 비행 속에서 우리 크루들이 함께 만들어낸 현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팀워크, 의사소통, 언어 능력은 승무원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며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단어들을 언급해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싶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자질들은 좋은 서비스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