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의 회고, 젊은 사람이 어쩌다.. 왜..
매달 마지막 일요일 밤은 '스여일삶' 멤버들과 한 달의 회고 글을 쓰는 루틴이 있다. 그러나 4월 마지막 일요일에는 함께 글을 쓰지 못했다. 내가 미룬 게 아니라 이유가 있다.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만 있으세요. 푹 쉬세요. 그래야 낫습니다.
3월의 회고록을 쓸 때 (https://brunch.co.kr/@amandaking/206) 이미 예상했지만 4월은 시작부터 15일까지 중요한 일정들이 정해져 있는 채로 시작한 달이었다.
한 달을 앞에 15일, 뒤에 15일로 나누어 본다면 앞에 15일이 바쁘니까 뒤에 15일은 좀 여유 있게 일을 해도 되겠지- 하면서 시작한 4월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뒤에 15일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워만 있으라는 말을 들을 줄은.
이렇게 글을 시작하면 혹자는 내가 무슨 큰 병에 걸린 것인가 싶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지금부터 4월을 회고하면서 그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정확히는 4월 18일 일요일 저녁이었다. 급속도로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
나는 그 날 4월의 절반을 빡세게 보내느라 미뤄뒀던 대청소를 하였다. 겨울 스타일의 거실 커튼도 갈고, TV장 옆에 쌓여 있던 책과 잡동사니들을 서랍 안으로 넣고.. 쓸고 닦고 정리를 한참 하였다. (맹세코 무거운 짐을 옮기진 않았다. 청소하다가 뚝 소리가 났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른 저녁을 먹으려 나가려고 할 때, 5시경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허리가 자주 아프던 나였지만 심상치 않은 통증이었다. 귀갓길에는 걷다가 잠시 쉬면서 심호흡을 해야 할 정도로 제대로 허리를 펴기조차 쉽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일정을 취소하고 동네의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다행히 집 근처에 스테로이드를 쓰지 않고, 디스크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대문짝만 하게 써놓은 정형외과가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양말을 신거나 바지를 입기가 어려울 정도로 허리가 아파서 겨우 겨우 원피스를 입고, 크록스를 신고, 심지어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고 한참을 기다려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보시더니 단번에 말씀하셨다.
이건 30대 여자 허리가 아닌데요? 지금부터 관리 제대로 안 하시면 20년 뒤에 큰 일 납니다.
직설적이고 돌려 말하지 않는 의사 선생님 화법에 더더욱 느껴졌다. 내 허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로부터 열흘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형외과에 물리치료를 다녀야 했다.
물론, 아주 다행히도 허리는 차츰차츰 나았다. 3일째 되는 날부터는 양말도 신을 수 있었고, 닷새쯤부터는 바지도 입을 수 있었다.
나는 사실 통증을 꽤 잘 참는 타입이다. 물리치료받으면서도, 예전에 한의원을 다닐 때도 비슷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은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그만 하라고 할 치료를 참아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내 몸에는 좋은 게 아니었다. 아파도 다른 사람들도 이 정도 잔병치레(?) 아픈 것쯤은 그냥 참고 살아가겠지 하면서 병을 키워오다 지금에 이른 것이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나는 요추 4-5번이 심하게 튀어나와있었다. 다른 뼈들은 동그랗고 예쁘게 생겼는데, 희한하게 4-5번 뼈만 뾰족했다. 다행히 디스크를 누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이 보기엔 언제든 지금처럼 아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며칠 전에 자연주의 출산 전문가 선생님을 만나서 내 상태를 말씀드리고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마사지를 받았다. 선생님은 소파에 누운 내 배를 누르면서 '장요근'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셨다.
다리를 들어 올리면서 선생님이 눌러주시는 곳들을 느껴보았다. 아주 생소한 경험이었다. 평소에는 거기 있는지도 몰랐던 장요근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내 몸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심지어 아는 것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전혀 일치시키지도 못했구나.
이렇게 허리가 아픈 나는 특히나 더 장요근이 중요하다고 한다. 장요근이 잘 작동해서 허리와 골반을 너무 땡기지도 않아야 하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아야 하기 때문에.
장요근만 잘 버텨주면 내 4-5번 요추 뼈로도 그나마 잘 버틸 수 있는데 허리도 엉망진창인 데다가, 근육도 근육 같지 않으니..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는 것.
장요근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 허리와 엉덩이를 풀고 난 뒤에는 걷거나 앉아있는 자세 자체가 달라지게 되었다. 내 허리를 의식하고 꼿꼿하게 세울 줄 알게 되었다.
물론 참 무서운 습관이라는 놈 탓에, 그렇게 허리가 아프고도 다리 꼬고 앉고 싶다는 충동이 문득문득 들지만..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자각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 후로를 그나마 제대로 서 있기, 제대로 앉아 있기, 제대로 걷기를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나의 2021년 4월이 어땠냐고? 깨달음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인생의 기쁨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듯이, 힘들고 아픈 일 또한 갑자기 닥친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평소에 전혀 아프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픈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갑자기,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어야만 할 정도로 아프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를, 내 몸을 과신했을 수도 있다. 좀 아파도 금방 낫겠지, 다들 이 정도는 참고 사는데 뭐, 하면서 방치했던 것이다.
갑자기 크게 아프고 나니 알았다. 좋은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처럼, 힘든 일도 어느 날 갑자기 올 수 있다고. 그러니 평소에 나에게 잘하자고. 나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0'이 되니 말이다.
5월에도 새로운 변화와 중요한 일들을 앞두고 있다. 그전에 지난 4월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현재 나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업 지원 공간 '스페이스 살림'에 입주해있는데, 경기도여성가족재단과도 인연이 닿아 뜻깊은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가끔 스스로를 '농부'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한 없이 씨앗을 뿌리는데 이것들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언젠가는 열매를 맺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씨앗을 뿌릴 뿐이다.
나를 불러주는 곳에도 그런 이유로 간다. 내가 스타트업 여성들을 대표해도 되는지, 커뮤니티를 대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정말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 등등 고민이 될 때도 있지만, 일단 간다. 가서 뭐라도 이야기하고 뭐라도 들어본다. 우리가 연이 닿은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이번에 뿌린 씨앗도 어떤 꽃이 될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알 수 없다. 그저 때가 되어서 씨앗을 뿌리고 땅을 다지고 물을 적셔놓는 것이다. 그렇게 100개, 1000개를 뿌려 놓으면 그중 1-2개는 싹이 트지 않겠나 하면서.
지난번에 다녀온 포럼 자리의 후기 글을 링크해본다. 부디 경기도민들의 세금을 값지게 썼다고 자부할 수 있는 열매가 되길 바라며.
https://blog.naver.com/gfwri/222301680723
스여일삶 페이스북 그룹에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을 건강하게 해주는 스타트업 서비스를 추천받는다'라고 글을 올렸을 때 댓글 수십 개 달렸었다.
좀 느리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우리 채널의 취지와 맞는 분들을 게스트로 모셔서 이야기를 직접 들으려고 하는데 첫 게스트로 '웰리'라는 스타트업의 CBO로 일하고 있는 박지선 님이 와주셨다.
직접 만나기 전까지 지선님의 커리어를 다 알지 못했는데 와서 보니 지선님은 이전에도 10년 동안 스타트업에서 초기 팀원/공동 창업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말 그대로 스여일삶 그 자체인 분이었다. 첫 게스트로 너무나 딱! 인 분을 모셔서 기뻤고, 영상도 3편에 걸쳐서 제작이 되었다.
두 번째 게스트 분들과도 이미 영상을 진작에 찍어두었는데, 4월에 이런저런 내부 사정이 생겨서 아직 못 올리고 있다. 얼른 업로드도 하고 세 번째 게스트 섭외도 해야지 ♥
참, 우리 유튜브 구독자 수가 99명이다 ㅋㅋㅋㅋ 100번째 구독자는 과연 어떤 분이 될지? +_+ 두구두구.. 작고 소중한 우리 유튜브 사랑해 ♥
4월의 마지막 날 무려 92번째 뉴스레터를 발송했다. 매주 금요일에 뉴스레터를 보낸 지, 벌써 2년이 가까워 온다.
1년이 52주인데, 설날이나 추석,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매주 보냈으니.. (심지어 올해는 1월 1일에도 보냄) 이쯤이면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못하는 외발 자전거 같다 ㅋㅋㅋ 페달을 잠깐 멈췄다 다시 구르고 싶은데 그게 안 됨 ㅜㅜㅋ
그래도 92주간 3,351명의 구독자와 함께 하게 되었으니 다행인 건가. 무튼 이번 달에는 총 5번의 뉴스레터를 보냈다. 그리고 구독자 수도 205명이나 증가해서 기뻤다.
다음 달에는 운영진 재정비를 해야 하는 기간이라 이전과 같은 포맷의 뉴스레터를 보낼 순 없겠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100회까지 KEEP GOING 해보려고 한다.
나는 높낮이가 평온한 호수 같은 사람은 아닐지언정,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몰려오는 꾸준한 파도 같은 사람은 되는 것 같다. 그게 내 장점이라면 계속해서 해야지 별 수 있나.
허리가 아프기 일주일 전 주말에.. 남편과 굳이 무리를 해서 속리산에 갔다 왔다. 솔직히 진짜 오바다 싶은 스케줄이었는데.. 남편이 속리산은 지금 벚꽃이 절정이라며, 꼭 가야한대서 운전 연습도 할 겸 다녀왔다.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주행도 해보고, 벚꽃 구경도 실컷 하고, 무엇보다 법주사가 너무나도 예뻤다. 남편은 운전대를 나에게 맡겨놓을 생각에 신이 나서 점심부터 막걸리를 마셨고, 그래도 다행히 (?) 별 일 없이 집에 잘 도착했다.
지난 네 달간 '운전'은 정말 나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이번 장거리 운전으로 아주 쪼금 자신감이 붙었다. 아니, 이럴 때 자신만만해지지 말라고 했으니.. 자신감이라기보다 여유가 생겼다고 해두자.
예전에는 동네에서 출발할 때부터 긴장이 되어 심호흡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나름 좋아하는 노래도 틀어놓고~ 창문 내려서 바람도 쐬가면서 운전할 수 있게 되었으니.. 레벨 0에서 레벨 1로 한 단계 올라왔다고 자부해본다.
사실 나는 대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같이 했던 과 친구들보다, 대외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연합동아리 친구들과 더 가까이 지낸다. 친구들이 비슷한 업계에 있어서 고민도 비슷하게 하고 일하기를 워낙 좋아들 하는 편이라 성향도 잘 맞기 때문이다.
4월에는 진-짜 오랜만에, 12월 줌 모임으로 다 같이 만났던 것 이후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코시국 네 이놈..ㅠ)
돗자리를 네 개나 펴놓고, 허리 아픈 나를 위해 친구들이 캠핑 의자도 가지고 와서는 널찍널찍 앉아서 한강 바람도 쐬고, 시답잖은 얘기들도 나눴다.
물론 이제는 애기 엄마들도 있어서, 한쪽에서는 애기와 뛰어노는 친구들.. 한쪽에서는 그러려니 하는 친구들이 있어 노는 풍경이 조금 달라졌지만.. 애기들은 더 많아질 테니 익숙해져야지 ^^;;
무튼.. 함께 있으면 가장 마음이 편한 친구들이라, 만날 때마다 참 좋다. 그냥 나로 있어도, 누구 눈치 보지 않고 고민을 털어놓아도 되는 사람들.
결론: 있을 때 잘하자
4월은 정말 본의 아니게 '있을 때 잘해야 한다'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은 한 달이었다. 몸도 마음도 사람도 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잃고 나서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음.
당분간도 물리치료 꾸준히 받으면서 허리 관리 잘하고, 5월에 새로 시작하는 일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진심을 다 하는 지영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겠다.
너무 졸리니 4월 회고 이만 끝!
[지영킹의 2021 회고록 모음]
> 1월: https://brunch.co.kr/@amandaking/201
> 2월: https://brunch.co.kr/@amandaking/202 (우울주의 ㅋㅋ)
> 3월: https://brunch.co.kr/@amandaking/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