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fulness | 마음챙김]
오늘 마음챙김의 제목은 Reaction vs. Response입니다. 두 단어를 보고 '둘 다 반응 아니야?'라고 생각하셨나요? 실제로 사전에 reaction과 response의 뜻에는 '반응'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단어는 같은 것을 의미할까요?
결론을 말하자면 둘은 다릅니다. 그리고 명상을 할 때, 마음챙김 할 때 필요한 것은 Response입니다. 한글로 Reaction은 '반응'으로, Response는 '응답'으로 표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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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Reaction)은 즉각적, 즉시적이며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생각과 행동을 말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나의 생각이나 고민의 여지가 없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나 관찰할 공간이 없습니다.
반면 응답(Response)은 의식적인 생각과 행동입니다. 느린 반응보다는 자신의 상황이나 상태를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판단의 기준이 있고 이를 토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생각의 여유와 공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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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나쁘고 응답은 좋을 걸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할 상황도 있고(예. 뜨거운 냄비에 손이 닿으면 바로 손을 뗍니다), 이런 반응이 없더라면 살아가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응이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무수한 자극에 압도당하고 수동적으로 휩쓸리며 현재 자신에서 멀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응답은 능동적이며 나의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 상황에 동요하기보다는 흔들림에서 떨어져 나와 상황을 관찰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알아차림이 동반됩니다. 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확신과 하고자 하는 목적이 명료해집니다. 무엇보다 응답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평온함, 진정됨, 평정심 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즉각적인 반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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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과 응답에 관한 연구를 찾던 중 알게 된 것은 심리학에서 reaction과 response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험 심리학 연구에서 둘은 동의어로 쓰이거나(예. reaction time or response time), 둘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구분 짓는 심리학 연구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두 단어를 이렇게 구분하는 것은 명상, 마음챙김 연구, 또는 자기 계발과 역량개발(empowerment)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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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반응 vs. 응답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구분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Smart & Segalowitz(2017)는 마음챙김 명상 훈련이 즉각적 반응(reaction) 보다는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 있는 반응(response)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음챙김은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 변하는 감정, 떠오르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며 관찰하는 일입니다. 마음챙김 훈련은 부정적인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이를 알아차리고, 동요하거나 감응하지 않도록 자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합니다(관련글보기: 마음챙김 심리학_2 https://brunch.co.kr/@amande/33). Smart와 Segalowitz는 이에 기반을 두어 마음챙김 명상 훈련이 가져오는 자기 조절의 과정을 연구했습니다. 이를 위해 ERN과 Pe라는 뇌파를 관찰했습니다. ERN(Error Related Negativity) 오류를 발견했을 때 100m/s이하에서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우리가 실수를 발견하면 즉각적으로 '앗 틀렸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ERN이 클수록 오류를 빨리 알아차립니다. 반면 Pe(Error Positivity)는 오류 자극 후 200m/s에서 400m/s사이에서 나타나는 신경 반응으로 오류가 주는 의식적, 정서적으로 얼마나 두드러지는지를 나타냅니다. 즉, Pe가 클수록 오류에 대해 많이 의식하고, 강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연구 결과, 마음챙김 훈련을 한 집단은 오류가 나타난 상황을 빠르게 알아차리고(높은 ERN), 그 오류에 대해 동요하거나 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정도는 적었습니다(낮은 Pe). 덧붙여 마음챙김 훈련을 받은 후 참여자들은 설문지 응답에서 불안은 줄어들고, 부정적 감정을 더 잘 조절했으며, 비판단적(non-judgmental), 비반응적(non-reaction)응답이 증가했습니다. 간단히 하면 반응과 응답은 서로 다른 신경 반응으로 볼 수 있으며, 마음챙김 명상 훈련은 알아차림과 자기 조절이 있는 응답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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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제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근래 저의 상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요즘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다른 일을 준비하느라 그것에 몰입하다 보니, 책도 잘 안 읽고 글도 덜 쓰고 명상도 띄엄띄엄하게 되었습니다. 책 읽고 글 쓰고 명상하는 것의 공통점 2가지는, 하나는 저에게 고요함, 평안함을 가져다준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슬프게도 스트레스가 많아지니 노력을 하지 않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찾게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에 몰입하기보다는 유튜브 영상에 빠져들고, 생각을 글로 쓰기보다는 시시콜콜한 짤을 보며, 명상 어플을 켜기보다 쇼핑 앱을 켜고 충동구매를 합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제 스스로 통제감과 조절력을 잃는 게 느껴집니다. 답답하고 예민해지며 불안해집니다.
유튜브 보고, SNS 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기 보단 이들의 영향력에 제가 쉽게 휩쓸린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켜고, 10초 만에 다시 SNS에 들어가고, 이미 다 본 영상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응과 응답의 차이를 알면 스트레스로 인해 휩쓸리는 나 자신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미 SNS에 들어와 있다면, 그 모습은 반응입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는 상태를 알아차리고,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으며 지금 있는 그대로 3번의 호흡을 내쉬면, 그 모습은 응답입니다.
응답이 주는 마음의 여유를 Andy Puddicome의 표현으로 인용해 봅니다. "Calm, Composure and Ease". 진정되고, 침착해지고, 편안해지는 마음. 이제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명상을 위해 자리에 앉아 봅니다.
참고문헌
- Smart, C. M., & Segalowitz, S. J. (2017). Respond, don’t react: the influence of mindfulness training on performance monitoring in older adults. Cognitive, Affective, & Behavioral Neuroscience, 17(6), 1151-1163. (논문 링크: https://rdcu.be/bWs2g)
-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focus-forgiveness/201609/react-vs-resp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