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단상
오늘 아침 페북을 통해 피딩된 기사:
[2023.02.16] 이공계 ‘블랙홀’된 의대…“의사만큼 못벌것” 너도나도...
는 대략 자연계 고등학생들의 대부분이 능력만 된다면, 공대를 가지 않고 의대를 택한다는 내용인데,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에 대해서는 어마 무시하게 할 말이 많다. 브런치를 통해서 일단 생각나는 것 몇 가지만 언급 하고자 한다.
사실, 의대 선호 현상, 더 나아가서는 공대 기피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원을 따져 올라가면, 사농공상을 따지던 조선시대까지 올라가고, 가까이는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대통령들의 공대 홀대가 보다 직접 적인 근본 이유이다 (2000년 후반부터는 선출직 대통령 혼자 뭔가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 함).
이러한 일련의 기류들(의대 선호, 공대 홀대, 연예인 선호, 운동선수 선호 등)이 확산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건, 대통령도 아니고, 교육정책도 아니고, 대입제도 아닌,
"맹모 삼천지교"를 신봉하고,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라는 속담을 철썩같이 따르고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자식 팔자는 자신(부모)이 펴게 해주고 말겠다는 윗세대부터 어어져 온 x팔육 엄마들의 치맛 바람때문이다(필자주: 예전에 필자가 적은 글에서는 "볼드모트"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한 글은 다음 링크를 참조 하시라: 한국 수학이 왜 문제인가?(4)). 그리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확고한 가치관은 "행복(팔자 편다)이 곧 재물(돈)" 이다. 그리인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하는 모든 행위가 오직 "돈을 버는 것"으로 귀결되는 기적의 논리가 현재 대한민국 대다수가 가진 보편적인 가치가 되었다.
단순히 돈을 벌려고 공대를 간다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그나마 자연계에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전공을 택할 때 의대를 택하는게, 공대를 택했을 때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그나마 차선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다면, 뭣하러 공대 공부를 하나? 돈버는 공부(주식, 부동산, 현물과 같은 자산관련이나, 사업 등)를 해야지. 그리고, 이러한 돈을 버는 공부는 실전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이런걸 배운다고 굳이 대학을 가는 것 또한 비효율적이다. 이러한 분야(주식, 부동산, 현물)에 실전 경험이 없는 교수보다는 실제로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고수들을 찾아 직접 전수받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필자주: 여기서 말하는 너튜부에서 돈버는 방법을 떠드는 이들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데, 진짜 고수는 사실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공대(넓게는 과학)공부는 재미있어서(혹은 하고 싶어서) 해야 한다. 그 재미의 일부가 (재물적으로) 대박이 나기도 하고, 또 다른 일부는 세상을 바꾸는 기술로 알려지기도 한다. 즉, 재미있는 공부를 파고 들다보면, 돈을 부르는(혹은 세상을 바꾸는 기술로 알려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공학/자연과학을 전공한다는 의미는 그 학문이 주는 재미를 쫓는것 자체가 목적이다. 돈과 명성은 부차적인거고.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과학/공학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게 바로 이 "재미"이다. 페북, 마소, 애플, 테슬라의 파운더들 모두 처음에 IT분야가 재미있어서 시작한거다. 재미있어 하다 보니, 그 중에 하나가 대박이 난거고. 우리나라 공대를 아무리 장려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바로 이 "재미"가 없기 때문 이다.
대한민국이 공대를 홀대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아이들이 어려서 과학(공학)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도록 하는데 실패 했기 때문이다. 우선, 과학, 그중에서도 수학과 물리는 절대로 배우기 쉬운 과목이 아니다. 이 지면을 통해서 확실하게 말하는데, "수학은 배우기 쉽다. 물리는 배우기 쉽다."라고 떠드는 이들이 있던데, 이건 확실한 개소리다. 그런거 없다. 물리,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 맞고, K12과정(초/중/고)에서 제대로 배우기는 더 어렵다(필자주: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라는 것이 학문적 난이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수학적(혹은 물리적)사고를 올바르게 하는 방법을 의미 한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물리 수학을 배우려고 하는 얘들이 있다. 하지만, 설령 배우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물리/수학을 배우는 목적은 오로지 좋은 대학, 의대를 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즉, 수학/물리가 학문적으로 가지는 "재미"를 절대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들만으로 구성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목표는 모두 대입으로 귀결 되고,
어른만으로 구성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목표는 모두 돈으로 귀결
된다. 그외의 모든가치는 위의 두가지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로 인해, 학문분야에 대한 가치 판단 또한 위의 두 가지(대학/학과, 돈)로 귀결 된다. 즉, 대학 가는데 유리하면 좋은 과목, 불리하면 나쁜 과목. 돈을 잘벌면 좋은 학과(혹은 분야), 돈을 못벌면 나쁜 학과, 이런식이다. 해당 학과 혹은 분야가 가지는 고유의 가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도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답이 없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어처구니 없는 가치관이 오랜 기간(30년+)을 거쳐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고, 이러한 가치관은 앞으로 더 강화될 일만 남았지, 약화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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