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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h Jul 05. 2019

물려받은 교복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 엄마와 친한 아줌마네 애정이 언니가 있었다. 엄마 아빠가 동생을 데리고 계모임을 갈 때마다 우리집에 와서 내가 잠들 때까지 내 옆에 같이 있어 주었던 언니. 애정이 언니는 고등학생이었고 나는 초등 저학년이었다. 언니와 내가 하는 일이라곤 누워서 티비를 볼 때까지 보다가 잠이 드는 일. 내가 잠이 들면 언니는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애정이 언니가 입던 옷들을 아줌마한테 받아서 장농 안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내 몸이 자라 언니한테 받은 옷이 맞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 입혔다.


국민학교 시절 내내 나는 물려 받은 옷으로 입고 다녔다.


중학교 입학 할 때쯤 학교에서 교복 착용을 의무화 했다. 애정이 언니가 중학교를 다닐 때는 교복이 없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새 옷을 입었다.


학교를 갈때마다 깨끗하고, 반듯하던 내 교복.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색깔의 교복을 입고 다니면서 나는 뿌듯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애정이 언니 옷이 다시 나한테 돌아왔다.


언니가 새 교복을 맞춰 3년을 입다가 내게로 온 낡은 교복. 자켓은 낡을 대로 낡아 헤져 있었고, 3년을 빨고 다려 입어 엉덩이가 반짝 반짝 빛이 나던 치마. 내 몸에 비해 애정이 언니 교복은 제법 컸기 때문에 치마는 접어서 입고, 자켓은 소매를 축 늘여 입었다.


물려 받은 교복을 입은 아이는 나밖에 없었다.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창피함이 극에 달했다. 우리집은 제법 여유가 생겨 내 교복을 맞출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나를 위한 새 교복을 구입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나도 새 교복 입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결국 3년을 입고 다녔던 교복. 빨리 돈 벌어서 새 옷을 사 입고 싶다는 염원이 가득하던 사춘기 시절. 많은 것이 부족했던 나의 10대 시절.


어제, 교복이 반바지로 바뀌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지난 날이 떠올랐다.


그 모든 역경의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내가 있다. 내 지난 시간을 부정하는 일은 지금의 나를 부정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더 이상 그 무엇도 부끄럽지 않은 나의 지난 날. 


다만 한 번씩 눈물날 뿐.


그런 내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분명한 사실. 나보다는 나은 출발선 위에서 분투하길 바라는 마음 두 가지이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아이 몫의 통장 만들기’

대출이 억만금 생겨 금전적으로 힘든 순간에도 언감생심 손도 대지 않았던 아이 몫.


서툰 제 얘기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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