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그 찰나의 기억
‘엄마, 딸기 먹고 싶어.’
제철도 아닌데 딸기가 먹고 싶은 따님
장 보러 마트에 들렀는데 딸기가 있다. 500그램 한팩에 만원이 넘는 가격, 생각보다 비싸서 구입을 할지 말지 고민을 한다. 딸기는 제쳐두고 다른 물품들을 먼저 구입하곤 다시 딸기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엄마, 딸기 먹고 싶어.’
'엄마, 딸기 먹고 싶어.'
내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그녀의 말.
에라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와 딸기부터 씻어서 남편과 연지에게 내어 놓는다. 한팩에 만원이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 남편도 깜짝 놀란 눈치다. 한두 개 집어먹고는 연지 앞으로 접시를 슬쩍 밀어 놓는다.
냠냠냠
‘맛있어?’
‘생각보다 안 달아 엄마. 그만 먹을래’
웁
어릴 때 우리 집 뒤뜰에도 딸기가 영글어 있었다. 땅에서 한 뼘이나 자랐을까 싶은 덩굴에 옹기종기 매달려 있던 딸기. 오늘은 몇 개가 물들었을까 안방 창문 너머로 매일 내다보았다. 빨갛게 색깔이 변하기가 무섭게 엄마한테 내달려가서 물어본다.
‘엄마, 딸기 따 먹어도 돼?’
‘먹어 먹어.’
부엌을 지나가면 나오던 뒤뜰. 동생을 데리고 둘이서 슬금슬금 주방을 지나간다. 신발을 신고 엉덩이를 맞대고 앉아 씻지도 않은 딸기를 족족 입으로 집어넣는다. 맛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장면만은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던 그날 그 장면.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입맛도 없고 딸기 생각이 간절했던 나는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퇴근길 남편 손에 매달려 다니던 검은색 비닐봉지. 그 속에 들어있던 딸기 세팩.
남편이 식탁 위에 검은 봉지를 내려놓으면 부리나케 씻어서 시누와 남편과 나눠 먹었다. 셋이서 나눠먹으니 생각보다 빨리 없어져서 늘 아쉬웠던 뒷 맛.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이 거실을 지나쳐 곧장 안방으로 들어간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따라 들어갔더니 두꺼운 점퍼 안쪽에서 꺼내던 검은색 비닐봉지.
'혼자 몰래 먹어.'
어리둥절하면서도 내심 기분이 좋아 생긋거렸다.
눈 덮인 딸기를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남편은 9년 전 그날을 기억이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