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아르바이트
삼시세끼 재방송을 보다가 본 방송 때는 몰랐지만 재방송을 보며 전과 다른 생각을 해본다.
삼시세끼 마당에는 각종 야채와 과일들이 많다. 직접 재배하는 작물들로 밥을 해 먹다가 육류나 해산물, 수산물을 먹어야 할 때마다 ‘노동’을 하며 일당을 받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본방송과 재방송에서 달라진 건 없었다.
마지막회를 보면 ‘소갈비찜’을 해 먹기 위해 고기 시세를 물었더니 한우 10대가 12만원이라고. 전날까지만 해도 있는 식재료로 소박한 음식을 해 먹기로 했던 그들은 고기를 구입하기 위해 ‘노동’을 하러 간다.
나는 왜 지금 그들의 이런 모습이 눈에 보였을까?
5월 초부터 일을 하러 갔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에기 새로운 일자리는 망설임 없이 가야 할 곳이므로, 언제 어디서 또 나를 찾아줄지 알 수 없기에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무작정 간다. 그리고, 굳은 결심을 했다.
내 이 곳에서 뼈를 묻으리!
하루 이틀 의욕이 불끈불끈 샘솟는다. 그렇게 하루에 하루를 더해가며 그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예전과 다른 몸 상태와 배가 부를 만큼 부른 상태에서의 노동은 꼭 해야할 일이 아닌 선택의 조건으로 변모하게 된다.
나, 무엇을 위해 지금 이러고 있는가?
몇 년 전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어도 버텨냈는데 이번에는 왜 힘든 걸까? 그때보단 형편이 나아졌으니 배는 불렀지. 그때보단 절실한 게 사라졌구나. 그때는 빚에 허덕이느라 수중에 현금 10만 원도 없을 때였기에, 오로지 ‘월급’만을 생각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모른척하며 버텼던 것 같다. 내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까.
새로운 직장에 들어간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첫 고비가 찾아왔다. 그날 퇴근하자마자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력서를 사정없이 날렸다. 그런데 다음날 한 군데서 연락이 왔다. 다니는 직장에서 조퇴를 하고 그곳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지금 다니는 곳보다 규모도 크고 연봉도 더 준다고..
면접관이 월 초에는 8시에 퇴근하는 날들이 잦을 수도 있고, 중견기업임에도 시스템은 소기업과 다를바가 없어 업무 강도는 있을꺼라며 미리 언질을 해준다. 또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8시에 퇴근을 하게 되면 내가 잃어야 할 게 너무 많은 것 같아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궁리를 해본다.
그러다 에잇 연봉을 사정없이 높게 불렀다. 이렇게 많이 부르는데 오라고 하면 월급을 많이 받으니 다니는 것이고, 안 부르면 어쩔 수 없으리라. 그리고 집에 왔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다니던 회사에는 작별을 고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몇 번의 고비가 찾아왔다면 앞으로 며칠을 더 버틸 수 있을지 내 자신을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몇 달 다니다가 그만둘 바 에야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배가 불렀다.
그런데 연봉을 높게 부른 회사에서도 연락이 안 왔다. 간절해 보이지 않았나 보다.이제 어떡하지? 다시 백수가 되었다. 내 자신이 사정없이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자니 사람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다음날 새벽 6시부터 운동을 하러 나갔다. 몸이 건강해지면 정신도 건강해질 것 같아서. 그리고 알바천국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며칠의 잠복 끝에 내가 원하는 업무의 아르바이트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전화기를 찾아들고 전화부터 해본다. 다행히 지원자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력서를 보내고 내일 당장 찾아 가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나중에 확인하니 공고가 올라온 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았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면접 준비를 하고 쫓아갔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출근을 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로 전향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마흔, 생애 첫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아르바이트하는 시간보다 3시간만 더 일하면 월급이 3배로 올라가니까. 그런데 조금 적게 벌고 적게 쓰는 걸로 나와 합의를 본다. 돈은 1/3로 줄었지만 돈보다 소중한걸 더 많이 얻게 되기에. 우리 딸 얼굴을 빨리 볼 수 있고, 저녁도 해 먹일 수 있고, 빨리빨리 내 할 일을 해놓으면 남는 시간엔 책도 볼 수 있으니. 풀타임으로 일할 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책도 겨우겨우 읽어 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만 했고 퇴근하면 녹초가 되어 사랑하는 딸과 대화할 시간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 몸이 버티지를 못했다. 지금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근무환경은 좀 열악하다. 다 가질 수 없다. 좋은 것만 생각하며 다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다이내믹한 마흔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