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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거울 Jul 01. 2021

딸을 시집보낸 엄마의 마음처방전

그림책마음코칭

     

3일 만에 두 딸을 시집보낸 엄마 보셨나요?

     

 결혼은 축하받아 마땅한 인륜지대사 이건만, 지인들의 축하의 말이 한동안 제 가슴에 머물지 못했어요.

 29, 28살 연년생 딸들은 부모를 떠날 준비가 다 되었는데 미숙한 엄마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거지요. 상담을 하면서 결혼을 앞둔 커플들과 부모님들에게 부모와 자녀의 정서적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었습니다. 그런 말들이 얼마나 영혼 없는 외침이었는지 자책이 되었어요. 딸을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그것도 둘이나 얻는 것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이 복잡 미묘한 마음을 어떻게 정의하고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여 책 서핑을 하다 나에게 딱 맞는 처방전을 만났습니다.

     

바로 앨리슨 맥기 글, 피터 레이놀즈가 그린 그림책 <언젠가 너는>, 원서 제목은 “someday”입니다. 엄마가 딸아이를 낳고 기르며 느끼는 환희, 희망, 염려, 격려, 소망의 감정이 인생그래프처럼 펼쳐져 있어요. 페이지마다 가슴 뭉클하고 애틋한 엄마의 내레이션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딸에게 들려주는 목소리일 것입니다. 아기에서 아이로. 소녀에서 여자로, 이제 엄마와 할머니로서의 삶의 주기를 돌아보고 준비하게 하는 나의 인생 그림책 리스트에 당당히 올려봅니다.

     

     

어느 날 우리가 함께 길을 건너던 날 넌 내 손을 꼭 붙들더구나

     

큰 딸이 어릴 때, 누가 초인종을 눌러 문을 열어주러 가려할 때조차 치맛자락에 매달리던 마음이 느껴지는 페이지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도 엄마 없이 때는 것을 무서워하며 전적으로 엄마를 의존했어었지요. 어느새 혼자 달리고 벽을 뛰어넘는 용기와 지혜의 사람이 된 것을 보며 감사와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 저만치 멀리 가고 있는 아이를 붙들고 싶은 고약한 마음은 뭘까요? 앞으로는 내가 딸아이의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슬픔에 겨워 고개를 떨어뜨리고 앉아있는 날도 있을 거야

     

지금 사랑하는 이와 새 가정을 이뤄 희망으로 가득한 딸의 모습을 보며 마음껏 행복해하고 기뻐하기를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그 사랑의 힘과 추억으로 앞으로 만나게 될지도 모를 좌절의 어두운 시간을 함께 견뎌내게 될 거니까요. 그리고 그 슬픔의 터널을 빠져나와 더 힘차게 더 멀리 원하는 곳으로 날아갈 힘을 얻게 되겠지요. 임상심리학자인 딸이 삼킨 고뇌의 눈물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노래가 되길 바랍니다.

     


언젠가 느끼게 될 거야 네 등에 온몸을 맡긴 너의 작은 아이를 언젠가 나는 네가 네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걸 보게 되겠지

     


이 장면은 내가 처음 딸을 만났을 때보다 더 감격적일 것 같아요. 친구들은 제가 손주 봐준다고 하면 바보 같은 짓이라 말리지만 어떻게 딸이 낳은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서 키울 수가 있을까요? 건강이 허락된다면 꼭 길러주고 싶어요. 내가 워킹맘으로서 졌던 일과 육아의 짐을 딸에게는 지우고 싶지 않아요. 내 딸이 82년생 김지영이 되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내 딸 닮은 손주를 직접 먹이고 입히는 특권을 빼앗기고 싶지 않거든요.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훗날, 너의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 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딸아 넌 나를 기억하겠지
     

이게 무슨 소리일까? 딸의 머리가 다 샐 때 즈음에야 이 엄마를 기억한다는 말인가요?

결혼 후 직장에 다니며 아이 둘을 낳아 기르느라 나의 엄마가 약해지고 주름져가는 것을 내가 보지 못한 것처럼 나의 딸도 삶의 무게를 이겨내느라 이 엄마에게서 멀어져 갈 수 있음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언제까지나 딸을 위해 축복하며 기도하는 엄마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요. 딸을 시집보내는 인생의 전환기를 지내며 허전했던 내면을 성찰하며 새로운 행복과 기대를 안겨준 아름다운 책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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