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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여는 열쇠, 한 곡의 음악

by Amberin

내 마음을 여는 열쇠, 한 곡의 음악


어떤 날은, 세상 모든 소리가 멀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목소리도, 나를 향한 위로의 말도,

마음 깊숙이 닿지 못하고 공중에서 흩어진다.


그럴 때, 나는 클래식 음악이 떠오른다.

특히, 웅장하고 변화가 많고,

선율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픔이 있는 곡.

바로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게 된다.


잔잔히 흐르는 선율은 들판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답답했던 가슴을 서서히 열어주고,

마음에 켜켜이 쌓인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베토벤 교향곡의 멜로디는

되돌아온다.

그건 내 마음을 조용히 열어젖히는

작은 열쇠가 된다.


말로는 닿지 못하는 마음의 골짜기,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어둡고 고요한 방.

음악은 그곳의 문을 소리 없이 열고 들어와

내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을 하나하나 쓰다듬는다.


어쩌면 위로란,

거창한 말이나 눈에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

그저 곁에 머물며 마음을 가만히 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내 곁에 머물러준다.


슬픔이 목 끝까지 차오른 날,

거실 조명을 어둡게 하고 음악의 볼륨을 살짝 높인다.

그 순간 세상은 조금 멀어지고,

오직 소리와 나만이 남는다.


바람이 스치는 듯한 현악의 떨림이

내 안에 켜켜이 쌓였던 감정을 서서히 풀어내고,

날아갈 것 같은 아름다운 관악기의 음색은

마치 오랫동안 묶여 있던 숨이 풀려나듯,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숨결을 가볍게 만든다.


그 위로는 아주 조용히 전해진다.

처음에는 단순한 소리였을 뿐이지만,

조금씩 선율을 따라 마음이 움직이고,


음악 속에 담긴 누군가의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그렇게 음악은,

나를 대신해 울어주고,

다시 웃을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보이지 않는 친구가 된다.

누군가는 음악을 ‘시간을 거슬러 가는 문’이라 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어떤 곡은 나를 열아홉 살 여름으로 데려가고,

또 다른 곡은

잊었다고 믿었던 이별의 장면 앞으로

나를 살짝 끌어다 놓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음악 속에 담겨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힘든 날일수록 음악을 찾게 된다.


슬픔이 다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음악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니까...


혹시 오늘이 당신에게

유난히 버거운 하루였다면,

음악 한 곡을 편안하게 들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당신의 숨결이,

‘괜찮다’는 말보다 더 깊은 위로가

조용히 숨어 있을 것이다.


모든 선율이 흘러간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그 울림은 잔잔히 머물고

음악의 잔향이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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