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지막이 피어나는 마음의 아름다움]
예전엔 화장대 앞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화려한 아이섀도를 그림 그리듯이 칠하고
속눈썹은 하늘을 향해 말아 올려 해님 눈썹으로 만들고,
립스틱 색이 마음에 안 들면 이색 저색 섞어서 맘에 드는 색을 만들어 바르고,
머리 드라이가 제대로 안 된 날은 하루가 괜히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화장으로 하루를 세팅하고,
세상과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2020년 2월 외출이 통제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거울보다 창밖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되는 날들이 잦아졌다.
창문 너머로 스며든 햇살이,
내 마음을 더 환하게 비춰주던 날.
거울에 비친 눈가의 주름, 햇빛의 흔적의 검은 점,
그리고, 흐릿해진 윤곽선보다
햇살에 녹아든 고요함이 더 깊고 곱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였을까.
보이지 않는 것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누군가 “나이보다 어려 보이세요 "라고 말해도
기쁘기보다는 조금 부끄러워진다.
간혹, 학부모님들께서
“선생님~요즘 편안해 보이세요”라는 말씀을 해 주시면
마음이 따뜻하게 안정되는 되는 것을 느낀다.
외모에 대한 칭찬보다,
그 사람 곁에 있으면 마음이 여유로워 보인다는
뉘앙스가 더 따뜻하고 기분 좋게 다가온다.
중년이라는 시간은 거울 속의 얼굴보다,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더 고운 표정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말을 아낄 줄 알고,
누군가의 부족함을 굳이 들추지 않으며,
마음이 복잡한 날엔 입술보다 호흡부터 정리하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조금은 더디지만 단단하게 아름다워지는 일이다.
예전엔 말투에 민감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누군가의 친절한 말투에서
그 사람의 내면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를 평가하기보다 이해하려고 애쓰는 표정,
먼저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태도,
그런 작은 제스처들이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예쁘다’는 단어로 번역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마음의 미인이 되는 길이 아닐까?....
사람들 틈에서 피어나는 고요한 우아함.
요란하지 않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고운 사람.
활짝 피어난 작약처럼
화려하면서도 단아하고 순수한 미소가 떠오르듯이...
아름다움은 단숨에 완성되지 않는다.
수많은 계절을 건너오며,
상처도 견디고, 후회도 껴안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버텨낸 밤들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깊어지고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런 아름다움 속으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한때는 외적인 화려함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
차분한 말투, 단정한 호흡, 열린 마음으로 듣기,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나를 아름답게 만든다는 걸 알기에
지금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게 반짝이는
마음 미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