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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06. 2021

가끔씩 절룩거려도, 인생은 낮잠처럼

Life goes on, 우리의 삶은 지속된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가난, 특출 난 것 없는 지나친 평범함, 내향성이 짙은 성격, 낮은 자존감으로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기엔 많이 부족한 조건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남들보다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찌질하고 루저처럼 느껴지는 내 모습에 집에 돌아와 이불 발차기를 하고 싶은 날도 있었고, 누군가의 말에 자존심이 상해 집에서 혼자 펑펑 울었던 날들도 많았다.

택시를 타고 출근하던 길에 참을 수 없이 흐르던 눈물, 사고가 나서 어딘가 누워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시절, 당시에 들었던 9와 숫자들의 음악도 귓가에 선명하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절룩거리며 살아간다

그런 시간들을 겪고 다듬어지면서 한 발짝 물러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됐을 때쯤 한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삶의 날씨는 언제나 맑을 수만은 없기에 삶의 그늘도 인생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의 가사는 중요한 순간에 묘한 위로를 주었다. 분명 가사의 내용은 이것이 내 팔자고, 나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누구나 살면서 이런 생각 한번쯤은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모두 그러하니, 지금이 불행하다고 비관하거나 내가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절대 자책하지 말라고 역설적으로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제발 모든 일에 최선 좀 다하지 마"

쉴 틈 없이 달리기만 하는 나를 보고 이제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질 때도 되지 않았냐며 누군가 했던 말이다. 마치 나는 게임을 잘 못하는 하나의 캐릭터 같았다. 매일 전쟁터에 나가서 HP가 닳아서 죽기 직전에 급하게 에너지를 충전한다. 풀 충전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적을 잡을 수 없어 죽지 않을 정도로 충전되면 다시 전쟁터에 나간다. 다시 죽기 직전이 되어 급히 충전하고 싸우기를 반복한다. 조금씩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한두 살 더 먹어갈수록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치는 줄어들어만 갔다.

이젠 삶에 여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절룩거려도, 인생은 낮잠처럼

한글도 영문도 예쁜 단어. 낮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연상되는 것이 무엇일까?

당장 숨 가쁘게 끝내야 할 것이 없는 여유로운 상태, 따뜻한 오후의 햇빛, 폴킴의 <초록빛>, 조급하지 않은 편안한 상태에서의 나른한 기분, 짧지만 개운하고 꿀맛 같은 잠, 모든 것에 관대 해지는 마음..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다 보니, 반대로 내 삶은 낮잠과 같기를 간절히 바랬다.


집안 환경이 넉넉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재능 없이 태어난 사람이어도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적당한 삶의 궤도에는 오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겐 희망의 케이스가 되길 바랬다.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누군가 극찬할만한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의 삶은 분명히 더 나아졌다.

스스로의 힘으로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나의 집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맛있는 고기가 먹고 싶을 땐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 내가 쌓아온 능력을 필요한 곳에 사용할 기회가 있다는 것, 그리고 예전만큼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내 삶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이다. 반드시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삶은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항상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여전히 나는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최소한 스스로의 삶에 낮잠 같은 시간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때쯤이면 내가 바라는 어른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을까? 여전히 더 나은 사람으로 가는 과정은 진행중이다.

 

우리의 삶은 지속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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