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여리고 여린 분홍 벚꽃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꽃잎을 흩날리며
수고스럽게 수놓은 길로
살포시 나를 밀어낸다
당당히 걸어가라고
살랑거리는 바람의 손길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팔을 쭉 뻗어 푸르른 녹음을 드리우며
살며시 나를 끌어다 앉힌다
힘들면 쉬어가도 된다고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바스락
나에게 말을 건넨다
떼루르르 굴러 내 발에 닿으며
슬그머니 나의 발 길을 잡는다
초라한 어깨를 쭈욱 펴라고
소리 없이 내리는 하이얀 눈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세상은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솜털처럼 포근히 나를 품는다
울지 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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