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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 Oct 23. 2021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여리고 여린 분홍 벚꽃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꽃잎을 흩날리며 

수고스럽게 수놓은 길로

살포시 나를 밀어낸다

당당히 걸어가라고


살랑거리는 바람의 손길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팔을 쭉 뻗어 푸르른 녹음을 드리우며

살며시 나를 끌어다 앉힌다

힘들면 쉬어가도 된다고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바스락

나에게 말을 건넨다


떼루르르 굴러 내 발에 닿으며

슬그머니 나의 발 길을 잡는다

초라한 어깨를 쭈욱 펴라고


소리 없이 내리는 하이얀 눈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세상은 생각보다 춥지 않다고

솜털처럼 포근히 나를 품는다

울지 마,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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