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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 Jul 21. 2021

애썼다, 부단히도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은 일을 붙잡고 쉽게 놓지 못했다. 사람도, 사랑도, 일도. 내가 노력하면 더 잘하면 될 거라고 믿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돌아선 사람의 마음도, 지나간 사랑도, 차가워진 나의 열정도 붙잡아지지 않는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받아들이고 포기하는 거였다.


살면서 적당한 시기에 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미 지나가 버려서 인연을 이어갈 수 없음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만 그 아픔과 고통을 받아들이기는 힘이 든다. 쉬운 일이 아니다.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 놓지 못하고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끝끝내 겪고 싶지 않은 그 마음. 


이제는 힘이 들 때 이 문장을 웅얼거린다. 그냥 살아진다고, 시간이 흐르면 다시 내 일상이 찾아올 거라고. 살아봤으니까, 겪어봤으니까 이제는 안다. 가슴이 찢어질듯한 고통도 상처도 이별도 뒤돌아 서서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삶을 살아가느라, 삶을 온몸으로 마주하느라 애썼다, 부단히도. 이제는 조금씩 삶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가면서 지내도 된다. 삶은 태풍이 몰아쳐 세상을 집어 삼킬 듯이 일렁이는 파도칠 때도 있지만 잔잔한 파도로 우리를 받아들임을 반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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