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퇴사를 하자
마지막 출근을 하고 벌써 3~4주가 지났다. (아직 휴가가 2주나 더 남아 있다.)
첫째 주는 퇴사 소식을 전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둘째 주부터는 그간의 삶을 돌아봤다. 셋째 주에는 건강검진과 병원 투어를 다녔다. 작년에도 검진은 했지만, 이번엔 복지 혜택이 끊기기 전에 퇴사 기념으로 시간을 내어 제대로 챙겨봤다. 개인 비용도 들여서 추가 검진도 진행했고.
되돌아보면 일하면서 심하게 힘들거나 아픈데도 이게 내가 '진짜' 아픈 게 맞는지 의심했다. '이 정도는 이겨내야지, 이 정도에 질 수 없다'라고 다짐하면서. 그리고 또 그렇게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또 다음 프로젝트가 다가오고 그 반복의 삶을 살았다.
건강관리는 못했다. 운동은 그래도 꾸준히 했지만 속에 썩어들어가는지는 몰랐다.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다.
늘 머릿속에 쌓인 일, 케어해야 할 사람들, 놓치면 안 되는 일정들.
그 사이에 나는 내 몸을 계속 뒤로 밀었다.
가끔 너무 지칠 때는 이런 생각도 했다.
“누가 나 좀 잘라줬으면 좋겠다.”
스스로 나올 용기가 없어서, 누군가 멈춰주길 바랐다.
하지만 진짜 구조 조정에 휘말렸다면 또 엄청난 상실감을 느꼈을 것이다.
결국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며칠 전, 추가 검진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갔다. 그리고 또 의심되는 소견이 있어 2차 병원으로 다시 보내졌다. 거기서도 명확히 진단되지 않아 피를 네 통이나 뽑고 외부 기관으로 샘플을 보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프긴 했지만, 이번엔 아픔이 달랐다. 지속적인 통증이었다.
복합적인 원인(스트레스, 카페인 등)으로 생긴 만성 염증이고, 이대로 두면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
회사 다니면서 매년 새로운 병을 달고 살았다.
목·허리 디스크, 대상포진, 우울증...
이쯤 되면 내 월급과 맞바꾼 질병들이 아닌가 싶다.
왜 이렇게까지 일해야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그 질문에 답이 없다.
몸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는 무시했다.
회사는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
결국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이라도 멈췄다는 것.
퇴사를 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그 덕에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었다.
진작 나올 용기를 냈다면 어땠을까.
삶이 너무 무거워질 땐 주저하지 않고 한 번쯤 멈춰야 한다.
퇴사하길 잘했다.
앞으로도 종종 퇴사를 해야겠다. 진작에 퇴사할 용기를 내지 못한 게 아쉬울 다름이다.
아프면 퇴사를 하세요.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무작정 견디지 말고 몸이 전달하는 시그널을 무시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