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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아 Oct 26. 2017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딱 3가지만 적고 시작하기

'계획' 보다 '목표'

어제 너에게 글을 쓰면서 갑자기 생각난 것들이 있어.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도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네가 나에게 궁금한 것은 '1년 후의 내가 1년 전으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 하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조금 포괄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오늘부터는 쉼표를 찍고 너를 되짚어 보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 그러니까 진짜 네가 바로 시행해야 할 일들을 알려줄게.

1년 후의 내가 이 글을 읽게 되면 또 무슨 생각을 할 지 모르겠지만. :)




네가 처음으로 학교와 많은 일들을 뒤로 하고 너만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마음 먹고, 또 다른 이들에게 그런 고민을 말한다면 아마 이런 말을 많이 듣게 될 거야.

 "진짜 계획을 철저히 짜고 결심해야 해. 아니면 시간 낭비하기 쉬워."

이런 말을 듣고 계획을 철저히 짠다면, 이런 말을 듣게 되겠지.

 "휴학하고 하는 일들이 모두 잘되지는 않아."

 "그 계획,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학교 다니면서도 못했던 일인데, 쉬어서 시간이 난다고 과연?"

 "몸이 바쁘기만 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기간이 될 수 있어. 조심해."


대체 우리보고 어쩌라는걸까.

계획을 짜지 않고 "일단 쉬고 싶다"라고 말하면 계획을 짜야 한다고 뭐라고 하고, 그렇다고 계획을 철저히 짜자니 그걸 다 하지 못할 거라고 말하고.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춤 한 번 잘 추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그런데 있지, 지금 와서 둘 중 무엇이 맞느냐고 물으면 나는 둘 다 맞는 말이라고 할 거야.

너는 그러면 그게 웬 뻔한 말이냐고 하겠지. 황희 정승이냐고 묻겠고.

그런데 1년 간 지내보니 그렇더라. 무엇을 해야겠다, 하는 잣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길을 당연히 잃게 되고, 그렇다고 어떻게 길을 갈 거야, 하고 정해두면 또 그게 꼭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거든.

여행을 하면서도. 어떻게 계획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겠니? 내가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아니면 갑자기 가려고 했던 곳이 공사중일 수도 있고. 혹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서 미처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고, 그런 거지.




나는 정말 열심히 계획을 짠 편이었어.

내 체력을 생각해서 며칠에 한 번은 호텔에 묵어서 완전히 몸을 풀 것이고, 어디어디를 들를 것이고, 거기서 얼마를 쓸 것이고…. 그런 내용들을 모두 엑셀에 정리했더랬지.

이게 아주 일부긴 하지만, 대략 이런 식이었달까....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중에서 처음 일주일 가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틀어지고 말았어.

횡단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비를 맞고, 그게 또 아주 새벽이었던지라 호텔 체크인도 안 된다고 하고. 제대로 씻지도, 그렇다고 두터운 외투를 입지도 않았던 나로서는 곧 감기에 걸리겠구나, 하고 직감했지.

그래서 원래 체크인을 하기로 했던 숙소를 취소하고(다행히 취소금이 없던 숙소였어), 가장 빨리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숙소를 잡아 체크인을 했지. 그리고 짐을 풀고, 씻고 쉬다가 붉은 광장을 보러 나갔어. 그러지 말고 따뜻한 방에서 쉬었어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하루를 꼬박 앓았어. 그날 이후의 계획은 모두 망가져버리고 만거지.


알다시피, 너는 계획이 틀어지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잖아.

맞아, 내가 딱 그랬어. 아, 이렇게 누워있기만 해서 오늘은 원래 계획했던 박물관이나 식당 그 아무데도 못 가겠구나. 여기서 계획된 것은 며칠 안 되니 바로 체크아웃하고 독일로 가야하는데, 그것도 미뤄지면 어쩌지? 딱 그런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큰 맘을 먹고 숙소를 연장했어. 뒤의 일정이 중하냐, 내 몸이 중하다. 하는 생각에 말이야.


다행히 며칠 안 가서 몸이 나아져서, 일어나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면서 예약했던 기차나 항공 같은 것들을 취소했어.

그리고 독일로 넘어가는 날, 나는 생각보다 담담한 나를 발견했지. 계획했던 야경 보는 일이며, 가려고 했던 식당이며, 그 어느 곳도 가지 못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내가 러시아에 오려던 건 바이칼 호수를 보고, 횡단 열차를 타고, 크렘린 궁을 한 번 보는 것인데, 그건 모두 이뤘던 거야.


나는 그 날로 깨달은 게 있어. 중요한 것은 세세한 계획이 아니라, 무엇을 얻고 싶은지 명확하게 아는 것. 그러니까 목표가 뭔지 아는 것이라는 거야.

그래서 나는 계획은 대부분 버리고, 목표를 명확히 정했지.

  첫째, 다양한 '어른들' 만나보기.

  둘째, 해보지 않은 경험을 국가 당 하나씩 해보기.

  마지막, 경험 속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찾아보기.

나는 나의 여행이 계획대로 된 게 거의 없지만, 목표한 것은 대부분 이루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여행을 하면서도 이렇게 계획이 틀어지는데, 1년이라는 시간을 앞에 둔 너는 오죽할까. 그리고 나아가서, 기나긴 인생을 앞에 둔 우리는, 오죽할까!

그렇기에 나는, 세세한 계획을 짜나가는 것도 충분히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그 시간 끝에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목표를 가장 먼저 정하라고 말하고 싶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조금 계획이 망가져서 길을 잃어도, 어쨌든 그 길의 끝이 네가 가고자 하는 곳이라면 초조할 필요 없이 계획에 없던 그 길을 마음껏 즐기면서 나아가면 될테니까 말이야.


조금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이 기간동안 꼭 하고싶은 버킷리스트를 쭉 적어봐도 좋아.

목표와 계획은 그 뒤를 따라올 때도 있거든.


그럼-

이만 마칠게.



To. 어쩔 줄 모르고 흘러가는 1년 전의 나에게

From. 프로방황러, 1년 후의 내가


Cover picture by my friend, Eun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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