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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힘

철봉 매달리기

by 아멜리 Amelie

3주동안 달리기를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속도도 잘 나오고 지치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재빨리 달리기 모드로 잘 전환한 듯해서 어제오늘 아침마다 뿌듯하다. 나에게 일상 복귀의 강렬한 경험은 둘째 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회복할 때였다. 싱가포르로 이사는 와야 하고, 남편은 옆에 없고, 큰아이와 신생아를 동시에 돌보면서 내 몸을 살펴야 했던 시간. 산통은 산통대로 다하고 수술을 했던 터라 온몸이 그냥 부서질 것 같았던 그때, 재빨리 회복해야 했다. 첫째 아이를 낳고 회복했던 때를 복기하며 부족했던 것과 소홀했던 것을 떠올리며 앉으나 일어서나 회복에 열중했다.


공부든 운동이든 일이든 쉬었다가 다시 돌아갈 때, 얼마나 빨리 만족할만한 궤도로 안정적으로 진입하느냐는 몸과 마음에 굉장히 큰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지금 당장은 조금 느리지만 곧 원하는 속도로 달릴 것 같다는 자신감, 그 자신감을 발판 삼아 다른 방향과 속도를 향해 달릴 수 있는 자신감, 몸과 마음으로 그려보는 조금 밝은 미래에서 다시 얻을 수 있는 자신감. 이 모든 자신감은 내 의지가 반영되어 돌아오는 내 마음이다.


달리기 고작 3주 쉬고 뭐 그리 할 말이 많냐고 할 수도 있겠냐마는 이런 경험들을 계속 기억하고 복기할 때 더 크고 중요하고 다급한 일을 할 때 마음의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말의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나의 작은 씨앗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는 나를 믿는 마음.


오늘은 달리기 6킬로에 철봉 매달리기를 추가했다. 짜장면을 먹을 때 볶음밥을 추가하는 것보다 철봉 매달리기를 추가할 때 더 즐겁다는 것을 태어나 처음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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