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슬픔

by 아멜리 Amelie

자려고 누워 코딱지에게 '달팽이'를 주제로 노래를 지어 불러주었다. 갑자기 코딱지가 울먹이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기 시작했다. 너무 당황해 왜 우냐고 연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을 듣고 머릿속 어느 구석과 마음 한 구석이 저릿해졌다.


"우리 친구 달팽이가 죽어서 하늘나라에 영원히 안녕 갔어."

재작년에 후배가 선물로 준 달팽이 녀석들이 작년 겨울에 모두 죽었다. 달팽이집을 정리하고 씻으며 달팽이는 영원히 안녕하며 하늘나라로 갔다고 코딱지에게 일러두었는데 내 노래를 듣다가 우리 친구 달팽이가 떠올랐던 모양이다.

달팽이가 밥 줄때나 살아있는 흔적을 보여줬지 소리 한 번 내지 않아 애들과 친밀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코딱지에겐 태어나 처음으로 인간 외 함께 사는 '생물'이었기에 친구로 여겼나보다. 달팽이의 존재와 그 기억과 떠남이 한 아이를 그 늦은밤에 울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아이가 가진 연민에 나도 뭉클해졌다.

아이에게 죽음과 헤어짐은 슬픈 거라고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아이는 몇단계의 생각과 공감 단계를 거쳐 슬픔을 표현했다. 그 슬픔은 부모와 떨어져 느끼는 불안감에서 온 것이 아니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아이가 표현한 슬픔에 어떤 경험과 기억과 마음들이 작용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며칠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아이를 품에 안고 '코딱지야 사랑해, 코딱지야 사랑해'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 주었다. 코딱지가 자꾸만 품을 파고 들어오는 게 이상해 아이의 얼굴을 들어 보니 울고 있었다. 순간 또한번 당황했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지극히 일상적인 어느날이었기에 눈물의 의미를 헤아릴 방법이 없었다. '코딱지야 사랑해' 이 일곱자에 슬픔이 묻은 글자가 한 자도 없는데 아이가 가진 뭔지 모를 감정이 눈물샘에 다가가 '얘야, 눈물을 좀 흘리렴. 난 알 수 없이 그냥 슬프단다'하고 조언을 한 모양이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라고 하찮거나 의미 없다고 폄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저 아이가 그런 슬픔을 대처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하나 둘 씩 만들어나가길 조용히 기다려 본다. 감정에 실타래가 있다면, 실타래의 마디마디가 몸과 마음에 전해주는 깊이를 오롯이 느끼며 즐거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할 줄 알아야 괜찮은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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