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의 힘

할아버지

by 아멜리 Amelie

할아버지는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아빠는 병실까지 여름엔 개고기 가을엔 전어회를 챙겨가 할아버지가 드시게 했다. 병원에서 먹어도 된다고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계절이 바뀌고 그 철이 찾아오면 늘 할아버지가 찾았던 음식을 병원에 이고 지고 갔다.

할아버지는 병실에서 나갈 날만 기다렸는데 여력이 안되었는지 병실문은 나섰지만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영천 어느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양지바른 곳에 지친 그의 육신을 모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연히 국민학교때 글짓기 대회에 나가서 쓴 나의 글을 읽었다. 글 속 주인공은 할아버지였는데 그 때 그는 다쳤고 그가 타고 다닌 오도바이가 우두커니 서서 주인을 기다린다는 문장으로 끝이 난 글이었다.

할아버지를 좋아한 적도 없고 미워한 적도 없고 부끄러워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가산을 탕진했고 할머니를 괴롭게 했고 엄마도 힘들게 했던 영감이어서 알게 모르게 존경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떠난 날 세상이 무너져라 울었다. 시소가 오르락 내리락하며 땅과 하늘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듯 한 사람의 떠남은 남은 자들의 생을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년 후 할아버지 제사날 절을 올리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할아버지 손녀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할아버지의 담배 냄새도 나지 않았고, 걸걸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어른들은 열번이 넘게 그의 제사를 모셔오고 있다. 시간은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삼키는 밥처럼 흘러간다.

시아버지가 새벽부터 수술실에 향하셨다. 코딱지 밥을 먹이고 머리를 빗어주고 학교에 보내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아버님만큼 키가 크고 머리가 히끗한 할아버지가 지하철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엉엉 울었다. 그저 주말이면 온갖 잡지며 신문을 모아 활자 중독자 며느리 읽으라고 챙겨주시는 모습으로 집으로 오시기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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