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벌레가 아니라서
쌓였다가 녹는 걸 반복하는 하얀 눈과 시린 바람으로 한껏 겨울을 체감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겨울은 괴로운 계절이었다.
밖에서 추위에 떨다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따뜻한 온기에 자연스레 겉옷을 벗는 그런 따스함이 없었다. 집이라고 갖추어져 있는 사각 구조물은 안락함이라고는 없으며 그저 하나의 공간이었을 뿐이었다. 바닥과 벽은 냉기를 뿜어냈다. 냉기 가득한 공간에서 그나마 미약한 열을 내는 전기장판에 누워 두꺼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갑갑하고 어둡다. 그렇지만 춥진 않다. 이 작은 이불 안이 진정한 나의 집이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을 더 좁게 생활하게 하는 계절이었다.
낡은 건물은 갈라진 틈과 구멍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활개 치는 벌레들이 있었다. 허락지 않은 생명체들이 무단으로 한 집에 같이 살기 시작했다. 바퀴벌레였다. 해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는 빈도가 잦아졌다. 이리저리 휘젓는 얇고 기다란 더듬이가, 금방이라도 펼칠 것 같은 지글지글한 날개가, 징그러운 얼굴이며 가닥가닥 다리가,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모든 게 잘 보였다. 바퀴벌레는 너무 컸다. 나중에는 너무 작은 바퀴벌레가 나타났다. 개미처럼 작은 바퀴벌레들이 화장실 문턱 밑 구멍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밤이 되면 장판과 다리가 맞닿는 토독토독 소리가 났다. 어찌나 큰 녀석인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불을 끄면 시계초침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귓구멍에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런 상상으로 긴장이 됐다. 녀석을 잡아야 했다. 나는 잡을 수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빠른 속도가 무서웠으며 무엇보다 그 시커먼 몸체의 형태를 으스러뜨렸을 때 느껴질 감각이 두려웠다. 이런 상황이면 아빠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한 번씩 잡지 못하고 놓쳐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때면 지금 이 방에 같이 있다는 사실에 잠을 청하기가 힘들었다.
새벽에 잠이 깨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불을 켜면 녀석들은 무조건 있었다. 재빠르게 사라지는 것들과 긴 더듬이만 바삐 움직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로 나뉘었다. 몇 마리가 어디에 있는지 살핀 후 녀석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이곤 했었다.
그렇게 녀석들은 한 집에 사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이었다.
그럼에도 겨울에는, 겨울만큼은 볼 수 없었다.
나에게 겨울은 냉혹한 추위에 살기 힘든 괴로운 계절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강력한 추위가 겨울의 단 한 가지 좋은 점이었다.
암만 무섭다고 벌벌 떨어도 그저 작고 연약한 벌레 따위라는 일깨움, 그 목숨을 허락지 않는 무자비.
낡은 집안 곳곳에 붙어있는 시커먼 벌레들을,
누렇게 바랜 삶에서 피어났던 검은 반점들을,
하얗게,
하얗게 지워버리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