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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 같은 연인과의 연락은 사랑의 척도인 걸까

건강한 연인 되기

by 이원희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매일 눈뜨자마자 루틴처럼 '일어났다.'라고 해야 하는 걸까?

연락은 연인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누가 그런 것 같다.


자고 일어나 눈 뜨면 기지개를 피고, 어김없이 머릿속에 순차적으로 생각나는 멘트들이 있다.

'오늘도 무사히!¡'를 주문처럼 외우면서도 손으로는 루틴처럼 핸드폰을 찾는다.

꼭 확인해야 할 것 같은 문자. 그의 문자다. 의무감인 걸까 아니면 이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몇 시인가 확인하고. 그가 일어나고도 남을 시간인데 메시지가 없다면, 내가 자고 있겠거니 하고 안 보냈을 것이다. 전날 보낸 내 톡을 보지 않았다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던지 자고 있겠지... 아님 말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일 것이라고 믿는다.


예전엔 눈뜨고 메시지가 있음 있는 대로 없음 없는 대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우리의 청춘을 함께하는 것처럼 매일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수다를 떨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문자의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그도 나도 서로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신경이 한 곳에 몰두되는 것이 심적으로 지쳐가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틴같이 했던 그와의 연락을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규칙이라 하는 것도 웃기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마무리하고, 연락하기. 두 달 동안 해보자 생각했다. 보통은 일어나면 톡 하고 출근준비를 했다면 출근하면서 연락을 하고. 밥을 먹기 전 연락을 했다면 밥을 먹고 연락했다. 일이 마무리되는 데로 연락했다면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집으로 가면서 연락했다. 그가 뒤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순서를 바꿨다. 뭔가 집착을 하는 것 같은 나에게 주는 처방전이었다.


아침에 눈뜨면 감사기도와 함께 일어나도 핸드폰을 만지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의식적으로 그런 날도 있었던 것 같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후다닥 바쁜 아침도 있었다. 어떤 날은 10시가 다되도록 연락을 안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기 전 하는 연락도 핸드폰을 덮으면 안 보고 잠이 들어서 매일 하던 '잘 자~' 인사도 뛰어넘는 경우도 생겼다. 톡을 보내고 기다리는 시간이 없어졌고. 조금은 연락에 얽매이지 않는 듯했다.


그동안 매일 루틴처럼 했던 인사 아니던가?

인사를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뭔지 모를 의무감에서 해방되는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엔 연락 올 때가 된 거 같은데 이거 뭐지? 하는 허전함이 생기기도 했다.


이전엔 그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면 어쩌나 하고 불안했었던 감정들이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불안감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알고 있다. 나는 그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그도 나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잘 지낸다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각자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서로 함께도 각자도 잘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지되자, 불안감은 점차 줄어들었고

지금은 조금더 안정적이 되었다.


얼마 전 그가 힘든 일이 있어서 한동안 연락 없이 지낸 적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그가 매일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그대로 힘들었고, 나 역시 나름대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상처는 시간이 흐르며 씻겨가는 건지, 덮이는 건지 모르겠지만... 흐르는 듯이 다시 연락을 하며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듯했다. 너와 내가 이해의 폭이 더 깊고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틀리 말은 아니다. 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이해력이 생기긴 했으니 말이다.


연락의 횟수를 두고 사랑을 운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를 생각하면 매일 오르락내리락 파도치며 설레고 행복했던 그 마음이 이제는 잔잔한 호수가 되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다. 나에게 나름 규칙이 생기고, 루틴이 생기면서 조금 더 나를 돌보는 짬을 만들어 낸 것도 같다.


너무 가까워도 더 멀어져도 안 되는 것이 연인사이라면.

연인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방법은 나를 돌보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더 건강한 연인사이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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