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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희 Nov 19. 2024

못했던 것이 아니라 안 했던 거다.

 1년 전 나와 지금의 나

지금은 할 수 있는 것    


1년 전에는 글쓰기를 하지 못했고, 지금은 매일 조금씩 하고 있다.

1년 전에는 헬스라는 운동도 몰랐지만, 지금은 유산소 운동이라도 조금씩 하고 있다.

1년 전에는 혼자서 현장을 감당했기에 시간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둘이서 하고 있기에 시간적, 심적 여유가 생겼다.

1년 전에는 책도 많이 못 읽었고, 음악도 자주 듣지 않았는데 지금은 매일 읽고. 매일 듣는다.  

   

혼자 있으니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탓이었을까, 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에 몸이 부서져라. 할 것이고, 끝을 보지 못하면 숙제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처럼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 시작부터 하지 않았다.  

   

직원이 들어오면서 여유가 생긴 탓인 걸까?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내가 할 수가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녔다.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엔 없었던 그녀가 등장한 건 1월 초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현장에서 하나부터 둘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벌써 일을 하게 된 지 10개월 차가 되었다. 서로 아는 것도 없이 어떻게 뭘 믿고 덜컥 같이 일하게 됐는지 나도 모르겠다.


24시간 붙어있으면서 먹고 자고 온종일 같이 일하면서 수다도 떨고, 여행을 가기도 하고, 연극도 보고, 맛집을 찾아가기도 했다. 일하다 실수하면 혼내기도 하고. 나의 잔소리를 듣기도 하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조용히 따라와 준 그녀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드는 날이다.     


누군가는 그런다. 사람을 볼 때 안 좋은 점부터 보라고. 너무 처음부터 믿고 잘해주다 뒤통수 맞고 매번 실망하는 건 나라고. 그렇게 지금까지 당하고 또 당하면서도 어찌 사람을 쉽게 믿냐고. 적당한 선에서 잘해주고, 간 쓸개 다 빼줄 것처럼 너무 잘해주지 말라고.     


근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잘해주고. 다해주고. 정들면 정주고. 밥 사주고. 술 사주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해주면서. 또 섭섭하면 섭섭하다고 얘기하고. 잘못하면 혼내고. 사과받고 사과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고마우면 고맙다고 하고 그렇게 툴툴거리다가도 함께하면 즐겁다. 미운 정 고운 정이 이런 거 아닐까?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은 나에게 참 어렵다.     


그렇게 내가 꾸려가는 열차에 타고 있는 내 사람들이 함께 웃으면서 즐거웠으면 좋겠다.

설사, 뒤통수치고 내 열차에서 내린다고 하면 놓아주겠다. 기꺼이 내려서 가라고 하겠다. 나와 함께 있었던 동안만큼 받았던 온기가 나중에라도 생각나 감사한 마음이 들면, 그건 너의 복이었을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삐죽거리며 섭섭한 마음이 들다가도 어쩌겠나 내 사람들이니 품고 가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백지장도 둘 이들이면 낫다는 말이 괜히 있겠나. 혼자보다야 둘이 좋지 뭐.    

          





글을 쓰고 있었을 때는 함께하고 있었던 그녀가 지금은 없다. 갑자기 가족과 경제적인 것을 이야기하며 나의 열차에서 내리겠다고 했다. 


그동안 신경을 쓰며 고생했던 내가 또 당한 것 같아서 허탈하기는 했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좋은 마음으로 보내주었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은 묻어두고 앞으로의 건승을 빌어주었다. 


이제 그녀는 없지만, 나의 감정도 중요했다. 나의 마음을 헤아리고, 성숙한 이별을 해야겠다 싶었다. 여러 사람을 보내면서 이렇게 나도 성장하고 있다.  [ Nov 01.2024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이별]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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