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at the beautiful sunset!
죽기 전 그 장소
죽기 전 나는 다시 한번 꼭 인도 배낭여행을 가고 싶다.
필름 카메라 ‘로모’를 들고, 40일을 여행했던 사진들과 여행기를 싸이월드에 올렸었는데.
이제는 없어져서 나의 인도 여행기를 볼 수가 없다. 너무 아쉽다.
다시 한번 내 기억의 일정대로, 필름 카메라를 들고 똑같이 가보고 싶다.
나의 인도여행은 내가 온실 속 화초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들은 그곳에서의 경험에 비하면 작은 것처럼 느껴졌다.
인도 여행에서 있었던 사건들이 현재의 일들과 겹쳐지며, 나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을 생기게 하기도 하면서 성숙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인도의 히말라야 분지 ‘레’라는 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올 때 산사태가 났다.
차는 움직일 수 없었고 우리는 화장실도 없는 길가에서 비박을 해야 했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라 동양 여자들은 타깃이 되기 좋아 위험한 상황이기도 했다. 산사태가 난 근처에 있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15킬로가 넘는 배낭을 메고 30~40분 안전한 곳으로 걸어가 야했다. 불빛도 변변치 않은 곳이라 해가 떨어져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그런 순간에 우연히 지나가던 네팔 여행객이 나를 보며 “Look at the beautiful sunset, it's a wonderful sky you'll never see again.”이라고 외쳤다. 우리가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웃으며 말해줬다. 당시의 나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했다.
무거운 배낭의 무게가 버거워 난 왜 돈을 주고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싶고, 무서워서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화장실은 어떻게 하나, 배는 고픈데 먹을 것도 없고, 내 지갑을 누가 훔쳐 가면 어쩌지, 오늘 잠은 잘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난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한테 저 사람은 참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40시간 정도 고립이 되어 있었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우리는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이라고 그 정신에도 히말라야 사진을 잊지 않고 찍어두었는데, 그때 사진을 보면 정말 눈물이 나게 아름다운 곳이었다. 산사태가 나지 않았다면 가볼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때는 그의 말이 여유 있는 현지 여행객의 허풍으로 들렸었다. 만약 그때 지금 같은 여유로움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름다운 노을을 보면서 감동을 하고 왔을 텐데 말이다.
3-4년 전인가 제주도를 갔었는데 태국을 모티브로 인테리어를 해놓은 해변에 있는 핫한 카페였다. 불멍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고, 예쁜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곳이었는데 노을 명소라고 해서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노을을 보는데 불현듯 히말라야 산사태 때 만난 그 네팔 여행객이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지금도 한 번씩 ‘beautiful sunset’을 보는 날이면 그때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오늘의 하늘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고마운 에피소드다. 그때 그는 힘들어도 눈앞에 있는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당시는 몰랐지만, 나에겐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추억이 많은 인도는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이번에 인도를 가면 매일 글도 쓰고, 또 다녀와서도 글을 쓸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인도로 가서 멋진 노을을 보며 나도 어리고 힘들어하는 배낭 여행객에게 똑같이 멋진 노을을 보라며,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