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이 많은 이모들이 나이 든 아저씨들을 보고 '오빠'라고 하면 이상하게 느껴졌다. 저 나이에 무슨 오빠인가 아저씨지. 그런데 나 역시 어릴 적 동네 오빠를 만나면 '오빠'라고 부른다. 나이 들어도 사람은 모두 같은 마음을 지닌다는 것을 나는 중년이 되어서야 알았다.
남자와 여자는 20대이건 40대이건 실제나이는 사랑할 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평생을 사랑을 하고, 사랑받고, 사랑으로 울고 웃으며, 행복해하고 힘들어한다. 이 세상에서 애절한 사랑노래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난 확신한다.
사랑. 어쩌나, 좋은걸!
한때 나는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는다 생각했다. 누군가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으리라 믿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진지하게 세월이 느껴지는 대화를 할 때도 좋다. 밤새 통화를 하면서 웃기지도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다. 중년이라면 투자 계획이나 부동산 혹은 사업계획이라는 거창한 대화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중년에 대화가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우스갯소리의 농담을 하며 웃는 우리가 좋다.
이혼 후 종종 주변에서 ‘어떻게 그리 잘 지낼 수 있니?’라고 물으면 '사랑받으세요. 그럼 삶이 원래대로 평탄하게 돌아옵니다.'라고 대답해 줄 수 있다. 사람들은 사랑받으면 이뻐진다고 하잖아요? 사랑받으면 활기가 돋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서 예뻐진다.
꽃을 봐도 아름답고, 하늘을 보면 청량하고, 비를 보아도 슬프지 않아 지는 것,
흘러가는 시간에 맞춰 변하는 계절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사랑인 것 같다.
언제 힘들었냐 싶고, 언제 내가 죽을 것 같았나? 싶을 정도로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졌다.
사랑을 받으면서 내 삶은 빠르게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오게 해 주었다.
얼마 전, 매일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랑해”라는 말뿐이었다. 매일 그의 곁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한 사람에게 조건 없이 사랑받는 것이 자존감을 지켜주고,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해 보았기에 그렇게라도 옆에서 힘이 돼주고 싶었다. 천천히, 그는 다시 힘을 얻을 거라고 믿는다. 나 역시 그의 사랑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힘을 얻었으니까. 사랑에는 그런 신비한 힘이 있다.
물론 혼자서 사랑을 할 수 없다. 짝사랑이 있지만 그것 역시도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사랑이다. 사랑받는 것과 사랑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묻는다면, 나는 사랑받는 것을 선택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