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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은 이상형으로만,

by 이원희


나는 키 180cm 이상, 웃는 강아지상 눈매를 가진 사람이 이상형이다.

쌍꺼풀은 없어도 괜찮고, 잘생긴 얼굴보다 자신만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사람이 좋다.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만의 스타일로 옷을 잘 입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함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다.

뮤지컬, 영화, 연극, 드라마를 보며 조잘조잘 이야기하고,

개그 코드가 잘 맞아 농담에도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에, 나처럼 맵찔이라면 금상첨화다.

대신 맛집을 함께 찾아다니며 먹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여행을 다니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무엇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서두르기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고,

사소한 다툼도 언성을 높이지 않고 대화로 해결하는 다정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겠다.


노후 준비를 철저히 하고, 모든 일에 계획적으로 시간을 운영하며,

함께하는 순간에는 나에게만 집중하는 배려심을 보일 줄 아는 사람.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고,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책을 추천해주는 관계라면 정말 이상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형은 정말 이상형으로만 남겨야 하는 걸까?


지금 내 옆에 있는 그는 머리숱도 적고 키도 180cm가 안 된다.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렇게 티키타카가 잘 맞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어쩌면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 오늘도 너무 사랑스럽다.


결국, 이상형은 변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그가 내 이상형이다.
나의 이상형은 못생긴 그 사람, 바로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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