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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산 물건

돌아돌아 우리모두 행복하길 염원한다

by 이원희 Jan 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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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후다닥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겁 없이 갔었던 호주에서 한 5년을 살았다.

넉넉하지 못했고. 현지에 관한 사전 지식도 없이. 영어도 못 하는, 말 그대로 외국인 노동자였다.

호주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영주권을 받으려고 이력서를 돌렸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영주권을 받기 시작하면서 브리즈번을 떠나갔다. 나도 기회가 오겠지 했었는데 어느 날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브리즈번에서 자동차로 10시간 떨어진 예픈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쉐프로 취업해 영주권을 받은 친구였다. 옆동네 쉐프로 영주권을 스폰해줄 곳이 있으니 이력서를 넣어보라고!     


Thank you God! 이미 영주권을 받은 것 같았다.

그 먼 길 차로 왕복해서 면접을 보고, 테스트를 보고 합격했고, 영주권을 준비했다. 모든 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브리즈번을 떠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뭐가 자꾸 꼬인다. 담당자가 휴가를 가고, (호주는 유급휴가가 1개월이다) 3개월 만에 나온다는 영주권이 계속 미뤄졌다. 또 미뤄지고 미뤄지면서 스폰을 하기로 했던 레스토랑은 직원이 필요했고.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되었다. 일단 일을 먼저 하기로 하기로 하면서 집을 옮겼다.  이사도 무리한 결정이었다. 문제가 또 발생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학생비자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고, 호주 취업 후 다른 국가에 있어야 승인이 나는 영주권을 진행 중이었던 터라, 일하다가 비자를 받을 때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 머물러야 했다. 일하다 중간에 쉐프가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라 고용주도 난감해했다. 이민변호사와 고민 끝에 어차피 승인 날 때 호주에 거주하고 있으면 안 되니, 한국에서 영주권을 기다리자며…. 모두 얼마 걸리지 않을 거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그렇게 호주에 집을 두고, 한국에 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지금까지 한국에 있다.


1년이란 시간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못 하고 결국 영주권은 리젝되어 돌아가지 못했다. 수많은 일이 있었고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호주의 집을 정리해야 했는데, 왕복 비행기 비용마저도 끊어낼 형편이 되지 못했다. 영주권을 준비하면서 둘째를 계획하고 임신 중이었는데,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10달 내도록 입덧을 하며, 거의 물만 먹으며 지내고 있어서 비행기를 탈 수도 없었다. 비자가 취소되면서 피폐해진 우리는 정신을 못 잡고 있었다.


고맙게도 호주에서 함께 지냈던 만삭의 친구가 모두 집을 정리해줬다. 돈이 되는 건 모두 팔아서 한국 돈으로 마련해 주었다. 나의 일이었고 빚을 내서라도 가서 해야 했었는데 가지 못했다. 미안해하는 나에게 친구의 울림은 모두를 울게 했다.    

 

"지금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어서 기쁘네.  네가 복 있는 사람이니,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꼭 나한테 은혜 갚는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받을 생각도 없고, 받지 않아도 되고. 주님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너 역시도 베푸는 삶이 되길 바래. 다시 돌아 돌아 나에게도 복이 될 것이고, 다른 이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이 될 거야."


아직도 엉엉 울며 들었던, 친구의 말에 지금도 감사하고, 감사한다. 감사하다는 말이 부족하다.


 힘들었던 그 시절엔 정말 여유가 없었다. 빚을 갚는다고 허덕이고 있었고, 빚을 갚는다면 나도 늘 베푸는 삶을 살고 싶었다. 희망 사항이었는데 지금은 다행히도, 감사하게도 조금은 베풀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얼마 전 나의 가장 잘한 소비는 배 주임님(사무실 직원분) 임신 소식에 큰 꽃다발을 선물한 것이다. 그 꽃을 보니 갑자기 배 주임님이 생각이 나서 사서 사무실에 기습 방문을 했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며 눈물이 그렁그렁하다가 결국 울어버린 배 주임님. 알고 보니 둘째가 안 생겨서 맘고생을 아주 심하게 하셨다며, 남편에게도 못 받은 뜻밖의 선물 받았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사무실 직원들 모두 행복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 역시도 배 주임님 도움으로 아주 좋은 좌석으로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다.      


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진심으로 잘 살아내려면, 나다운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푸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고, 받으려고 베푸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시기에 받았던 친구의 따뜻한 마음은 나도 누군가에게도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준다.


 우리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베풀며 나누는 삶은 결국 나에게도 돌아올 것이고, 우리나누는 작은 친절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될 것이다.     


늘 베푸는 삶이 되길….

베푸는 마음 안에서 여유가 넘쳐나길….

멀리 호주에서 잘살고 있는 내 친구에게도

선한 영향력이 돌아가기를….     


돌아 돌아 우리 모두 행복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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