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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화선 Jun 01. 2024

은퇴와 covid-19

  2019년 2월 은퇴 예정이었다. 은퇴하면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좀 쉬어도 될 텐데, 뭔가 불안한 마음에 은퇴 후에 해야 할 일을 찾았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보통 60세 전후에 은퇴하니까 인생의 1/3 이상이 은퇴 후의 생활이다.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다. 요즘 60대는 신체도 마음도 젊다. 돈을 벌면 좋겠지만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뭔가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큰 스트레스 없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행을 좋아하고 은퇴하면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일도 하면서 비교적 안전이 보장되는 코이카 봉사활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https://tse3.mm.bing.net/

  코이카 봉사부문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한국어를 가르치려면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 필요했다.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얻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대학에 한국어 전공으로 편입을 해서 3, 4학년 2년을 공부하면 2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대학교에 개설된 한국어 교원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3급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후자를 택했는데 시험이 생각보다 범위가 넓고 어려웠다. 한국어 이론 공부는 그래도 하겠는데 문제는 한국문화 과목인데 문항 수는 20문항 범위는 한국문화와 역사이다.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어디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른다. 심지어 어떤 영화가 언제 개봉했는지 ‘개봉한 연대순으로 맞게 배열한 것은?’ 이런 문제까지 있고 면접도 우리말의 표현의 차이를 설명하는 까다롭고 어려운 문제여서 그냥 시간이 걸리더라도 2급을 할 걸 그랬다고 잠시 생각했다. 겨우 턱걸이로 한국어 교사 3급에 합격하고 코이카 해외 봉사활동에 지원했다.      

        출처 https://cdn.imweb.me/upload/S20220120552b02ff6140e/f8c21ef19432b.png

 

 전에는 퇴직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마지막 관문인 신체검사도 매우 까다로웠다. 해외 생활하다가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꼼꼼히 검사하는 것 같았다. 종합검사를 했는데 허리 부분 척추가 분리되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허리가 가끔 아프긴 했지만 지금까지 잘 지내왔고 그동안 검사에서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중요한 때에 그런 진단이 나왔다.  그래서 ‘해외 생활해도 괜찮다’는 의사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렇게 서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당분간 해외여행은 금지가 되었다. 기대하고 있었던 코이카 봉사활동은 접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만약 해외 나갔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면 오지도 가지도 못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얼마나 마음고생 몸 고생했을까 생각하니, 아예 안 간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출처 https://previews.123rf.com/images/

                                 

covid-19로 세상은 바뀌었고, 하루에도 몇십 명씩 죽고 격리되고, 무서운 세상이 되어 활동할 수 있는 생활반경은 집으로 국한되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사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놀라며 두려워하며 몇 달 그렇게 지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길이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을 열면 되지 언젠가 끝이 나겠지’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먹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Zoom 세상이 열렸다. 줌으로 인스타그램을 배우고 줌에서 만나서 토론하고 멀리 외국에 있는 사람들까지 합류하는 인터넷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인터넷 세상은 이제 새로운 문을 열게 해 주었고, 지금까지 줄곧 줌으로 만나는 커뮤니티가 여러 개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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