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잘 즐기다 가자.
40여 년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했다. 늘 무엇인가를 해야 했고, 쫓기듯 열심히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던 삶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이제는 ‘뭐 하고 지내요?’라고 물으면 ‘그냥 놀아요.’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지금은 모든 것이 놀이이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일이었다면 지금은 일도 놀이처럼 하려고 한다.
은퇴 아름다움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름답다’가 ‘나답다’라는 뜻이라고 하니,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살필 수 있는 은퇴 후의 삶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가장 나다운 시간이 아닐까?
신년이 되면 일출을 보러 간다. 주로 동해안으로 가지만 못 가는 사정이 생기면 서울 근교라도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가족들은 매일 같은 해인데 뭘 보러 가냐고 한다. 그래도 나는 평소에는 잘 보지 않지만, 왠지 1월 1일의 일출은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해가 뜨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건함을 느낄 수 있고 일출을 보며 새해가 되었음을,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마음가짐이랄까 새해 희망을 품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새해를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은퇴하는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출 못지않게 일몰이 아름답다는, 오히려 더 붉고 멋질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마지막 멋짐을 폭발하는 일몰처럼 남은 인생을 멋지게 살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사는 게 멋진 걸까? 정답도 없는 것 같고 생각처럼 움직여지지도 않는 것 같다. 그저 ‘나답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 인생 아니겠나’ 하며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욕심 내지 않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현재에 충실하려고 한다. 너무 뻔하고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가장 평범한 것이 진리 아닐까?
배우고, 나누고, 또 채워가는 일상을 글로 적어보았다. 가는 날까지 건강하게 주변에 피해 주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웃으며 시작한다. 살날이 더 적은 시기이기에 조금씩 이별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내 주변의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욕심 없이 하면서 즐겁게 살려고 한다. 은퇴 후에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대단한 것도 특별할 것도 없지만 소소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함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