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시간

음~파~

by 유프로

일상이 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덕업일치를 꿈꿨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은 흔치 않고 그러려면 어느 정도의 리스크 감수 또는 무급으로 집중해서 일하는 기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렇게 해도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은 어렵다. 몇 해 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일상이 일이 아니어도 된다. 업무 시간에는 적당한 즐거움, 의미, 성장을 느끼며 일하고, 다른 시간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된다. 무엇을 선택하든 그 결과는 우리의 몫이다.


구직할 때는 입사가 간절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재미가 없어졌다. 돌이켜보면 평범한 회사원이 꿈은 아니었고, 하는 일에서 큰 의미를 찾지도 못했다. 마침 '번아웃 증후군, 워라밸, 욜로' 이런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칼퇴라는 말은 있는데 칼출근이란 말은 없고, '과로'라는 말 자체가 아시아권에서만 있는 단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례없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나라다. 이는 조부모님과 부모님 세대의 빠르고 많은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압축성장의 부작용도 있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욕구가 피어나기 마련이다.


이제는 시대도 상황도 바뀌어서 가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주 6일제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 점차 잘 쉬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워라밸에도 개인 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은 업무 시간에만 하고 퇴근 이후에는 철저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고, 일상이 일이라 별도 시간 구분 없이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워라밸을 어떤 식으로든 유지해야 한다. 돌고래가 물에서 있다가 수면 위로 올라와 숨구멍으로 숨 쉬듯, 사람에게도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 휴식 시간은 개인과 하는 일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절대적인 시간 기준은 개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일과 삶이 양자택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에만 치중해서 가정이나 개인의 삶을 돌보지 않거나, 업무 시간에 일은 안하고 개인의 사리사욕만 챙기는 것은 워라밸이 아니다. 우리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에너지를 얻어 활동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지금으로서 내게 일은 수단이고 삶이 목적이다. 일은 내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이다. 일을 하면서 이 분야에서 성장하기도 하고 일을 하며 번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다. 하지만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과 삶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일을 하지 않을 때 내가 보내는 시간들이 일할 때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고, 일하며 보내는 시간들이 평소에 내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개인 시간에 영어공부, 독서, 엑셀 공부 등을 하는데 이때 배운 것을 일할 때도 쓴다. 일하며 배운 대인관계 능력이나 계약 등은 평소 삶에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일상이 일인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한 분야에 투입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일 따로 삶 따로 인 경우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주 40시간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이 빠른 성취를 하고 싶다면 더 일하는 것이 워라밸이 된다. 그 기준을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문제다.


지금 내게 우선순위는 내 삶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좋아하던 일도 돈 받고 하게 되면 싫어지기도 한다. 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거의 할 수 있다. 그 일이 내 삶의 어떤 의미가 되고 도움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움은 결코 멈출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이 나타나기 때문에 하나를 배운다 해도 그 지식이 곧 낡은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자유란 변화를 의미하고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자존감의 역할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머지않아 모든 길은 자존감으로 통할 것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배움은 결코 멈추면 안 된다. 배움 없는 삶엔 워라밸도 없다. 배움에도 옛 지식과 새로운 지식의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도 결국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워 질문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것이다.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모르는 데 배우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에는 타인을 존중하는 바탕이 되는 자기 존중이 필요하다.
자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과 공개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의심과 불안 때문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일을 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인 관계 능력이다. 대부분의 사회생활의 힘든 점은 결국 사람 문제다. 자존감이 높지 않은 리더는 자신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 조직원들의 자존감은 낮아질 확률이 높다. 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도 타인도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내가 야근하니까 팀원도 야근하라는 팀장도, 개인주의만 중요하니까 조직원들에게 관심도 없고 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신입사원 모두 자존감이 높지 않은 것이다. 더 최악은 모두 자존감이 높지 않아 상대만 욕하고 서로 이해하거나 변화하려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조직이라면 워라밸도 허울뿐일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도, 상대도 존중하며 변화와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워라밸은 결국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매거진의 이전글내 일에 필요한 세 가지 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