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2
프라하에서 이틀날 원래 계획은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이 없는 카를교를 러닝할 생각이었다.
하늘이 어둡고 비가 오기 시작해 뛸 수가 없었다.
최대한 비가 그치길 기다렸지만 하늘은 내 마음을 모르는지 하염없이 내리기 바빴다.
뭐 하는 수 없이 한인민박집에서 준비한 조식을 먹었다.
메뉴는 바로 비빔밥.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라 반가웠다.
타지에서 먹는 한국음식은 귀한 음식이나 마찬가지라서 밥한 톨 남기지 않고 해치웠다.
오히려 비 덕분에 맛있는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프라하를 여행한 지 이틀째지만 프라하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다. 항상 웃어주며 말을 걸어준다.
그 덕에 나도 자신감이 오른다. 누군가 웃으며 말해주면 그 감정이 상대에게도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카를교를 걷다가 잠시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섰다.
나는 지금 행복한 건가라는 질문이 문득 들었다. 나는 행복보다 외로움이 더 무서웠다.
고독을 즐기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진정한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는데 여행에서까지 그러기엔 아직 무리가 있나 보다.
강가에 백조가 돌아다닌다.
백조는 위에서 우아한 모습을 보이지만 수면아래에서는 살기 위해 그 모습을 뽐내기 위해
열심히 발을 치며 잔잔한 호수를 가로지른다. 순간 저 백조와 나 자신이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보이는 행복을 위해 외로움의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너무 열심히 하는 건 아닌가 했다.
어쩌면 너무 나를 돌아보지 않은 건가 싶기도 하다.
-생각의 흐름을 타며 카를교를 건너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트램을 타지 않고 다시 걸어보았다.
내가 여행하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언제일지 생각해 보았다.
외로운 순간들을 제외하고 여러 재밌고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할 때 내가 행복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난 외로움이란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하다 저번에 친한 형의 연락이 기억났다.
지금을 즐겨. 한국에서 외롭기 쉽지 않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아,, 내가 정말 배가 부른 생각을 했구나 했다.
새로운 경험들을 할 때는 행복을 느낀다면서 타지에서의 외로움 또한 언제 해볼 새로운 경험이겠느냐
나의 전제는 틀렸고 외로움도 행복과 마찬가지로 언제 외로움을 느껴보겠냐는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형의 말이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카를교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서
혼자여행을 하다보니 좋은 점들이 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많다.
몇 가지 주제를 생각해봤다.
첫 번째,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자세히 바라보자.
나는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존경은 선택, 존중은 필수
그만큼 존중은 나에게 있어 당연한 것이다.
상대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에게 이해가 가진 않더라도
상대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맞고 틀림이 없고 무조건 맞는 거만 있는 거 아닌 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맞고 틀리고 가 아니라 다른 것이다.
두 번째, 나에게 있어서 행복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무엇일까?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나열해 봤다.
나, 사랑, 가족, 친구, 경험, 사색, 무해함, 아름다움, 외로움, 설렘, 산책, 자연, 운동, 책, 옷, 향수, 커피, 여행, 전시, 관심, 응원, 칭찬, 걱정, 연락, 카메라, 선물, 돈 등 너무나 많다.
필요조건은 단어로도 나열이 되는데 충분조건은 문장으로 말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충분조건을 말하는 게 훨씬 머리 아프다.
그만큼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많지만 충분한 것들은 없지 않을까.
우리는 결핍으로 인해 필요한 것들이 많아 그것들이 채워질 때 순간의 행복을 느낀다.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충분한 것들에서 행복은 사소하지만 길다.
우리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춰야 행복을 더 많이 마주하지 않을까.
그 사소한 것들이 가장 큰 것이니까.
-슬로바스키 섬 벤치에 앉아서
어제 동행 분과 저녁을 먹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러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힘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사치일 수도 있다고.
그러자 동행분이 그건 아니라고 힘들 수 있다고. 그 힘듦으로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너무나 맞는 말이었다. 분명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힘들 때도 많았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좋은 길인가를 생각하며 계속 고민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답은 명확했다.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
나는 그 힘듦을 외면했던 거다. 이제 조금은 힘들어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줘야겠다.
오늘은 혼자 프라하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체코의 코젤맥주는 끝내준다는 말을 많이 들어 괜스레 기대가 되었다.
나는 처음에 블랙비어라고 했는데 블랙이 아닌 다크라고 가게 매니저가 말해주었다.
다크비어와 소시지를 시켜 천천히 맥주를 마셨다. 다 마실 때가 되면 매니저는 와서 맥주 더 줄까 맛은 어떠냐 물어봤다.
나는 너무 맛있다고 말을 했고 스몰사이즈로 리필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남자는 노 스몰 빅사이즈 라며 나를 도발했다.
나는 장담한다. 그 도발에 안 넘어가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이래서 매니저인 건가 그의 말솜씨는 같은 언어가 아니더라도 현란했다.
그 덕분에 나는 빅사이즈 맥주 두 잔을 마시고 매니저는 나에게 프라하 마지막 밤을 즐기라며 배웅해 주었다.
나는 프라하의 마지막 밤을 즐기러 약간의 술기운과 함께 거리를 나섰다.
프라하에 있는 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몹시 아쉬움이 컸지만 밤이 깊어지고 야경을 보자 그 생각은 사라져 갔다.
확실히 프라하는 야경이었다.
차가웠던 프라하의 풍경들이 조명들과 어우러져 따뜻함이 나타났다.
취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나는 그 따뜻한 거리들을 눈과 귀
그리고 카메라 프레임으로 하나하나씩 저장해 가며 아름다운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숙소 침대에 누워 오늘을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