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 찾은 아름다운 것

나는 아직도 울타리 안에 갇혀있다.

by 아무개


며칠 무리한 나머지 발이 좋지 않아 러닝을 쉬고 잠도 푹 잤다.

천천히 준비를 마치고 헝가리 국립 미술관에 들어갔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 이어폰을 끼고 미술관을 관람했다.

4층까지 관람을 하니 3시간 가까이 지나있었다. 참 발도 아픈데 잘 돌아다닌다.

헝가리 화가들의 작품을 보니 신기한 작품들도 많았다. 물론 내 스타일이 아닌 작품들도 있었다.

나는 작품을 볼 때 나의 마음에 드는 것들 위주로만 시간을 많이 소비한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색하게도 휙 지나쳐버린다.

물론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지 않아 여러 가지를 보는 게 시각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만의 취향은 곧 남들에게 치이지 않고 나를 지키는 힘이자 기준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게 나를 지키는 울타리가 될 수도 있다.

-헝가리 국립 미술관 안에서


미술관에서 너무 오래 있던 나머지 드디어 발이 아파왔다. 작품 사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저 멀리서 한 노부부가 작품을 관람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 하는 작품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나에게 있어서 오늘 가장 좋았던 작품은 바로 이 노부부의 모습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기에 행할 수 있는 모습이야 말로 사랑을 주제로 한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다.

-헝가리 국립 미술관 의자에 앉아서


미술관 전시를 마치고 숙소에 와서 쉬고 있다 보니 한국시간으로 생일을 맞이하였다.

종소리가 나의 생일을 맞이해 주었다. 주변친구들한테 축하메시지가 왔다.

한 달 동안 먼 곳에 있는 나를 잊지 않고 연락을 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물론 카톡에서 알려주긴 하지만) 그들의 마음 한 편의 나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숙소 안에서 오후 4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저녁을 뭐 먹을지 고민하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동행을 구했다.

다 같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도중 생일 얘기가 나왔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 했다.

부끄러웠지만 나는 내일이라고 했고 해외에서 만난 처음 보는 분들에게 처음으로 생일축하인사를 받았다.

뜻밖에 그들의 말 한마디는 나에게 더 큰 감동을 일으켰다.

다 같이 야경동행을 하러 국회의사당 맞은편으로 이동했다. 야경을 보려고 앉다가 실수로 안경을 강가바닥에 떨어뜨렸다.

찾으러 내려가면 다시 올라갈 곳이 안 보여 낙담하였다.

그때까진 생일날 이게 무슨 일 있은가 싶었다. 바로 앞 야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쩌냐 내 실수인걸,,

나는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것에 대해 받아들임이 빠르다.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되돌릴 수 없음을 알기에 이 안경 또한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물론 가슴은 아프지만 지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 야경을 바라보는 것 밖에 없었다.

나중에 몇 년 뒤에도 똑같은 자리에 있길 기약하며 자리를 일어났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거였을까 밑에서 핸드폰 플래시가 보였다.

한 외국인이 안경을 발견해 다른 외국인에게 던져줬다. 형체를 보니 내 안경이었다.

나는 바로 나의 안경이라고 말을 하며 안경을 받아냈다.

그 순간 너무나 고마웠다. 한편으론 그들의 타이밍이 너무나 악의적이라고도 생각 들었다.

유럽의 치안을 생각해서 그런지 내가 일어나 자리를 뜨자마자 안경을 찾아내다니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나의 안경을 찾아준 그들은 나의 생일선물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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