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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빗소리 Jun 19. 2024

머리맡 아픈 자에게

12

머리맡 아픈 자에게




 어떤 오랜 나무의 봄을

 무참히 꺾어 꽃병에 꽂아두었다

 잠자던 그 색들은 천천히 꼭 한 번은 피었다가

 또 조금씩 말라가며 한 계절 두 계절 져 내릴 것이므로


 머리맡 아픈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못해 내게 상처를 주고

 누가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사랑이란 건 끝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말하면서


 그냥 나무가 아닌 꽃나무의 낙엽을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은

 한번은 꽃을 피었기 때문이 아니라

 적어도 한번은 그 꽃이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져 내렸기 때문이다


 나무의 긴 그림자조차 그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 스스로 선택한

 영영 눈부신

 죄인처럼




* 알기에 두려웠던 것. 그 두려움조차 사랑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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