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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시케 Oct 17. 2021

그래도 형아가 좋은걸


아이들 셋이 투닥거리는 일상 속에서

다툼과 분쟁 말리고 중재하는 것도

엄마인 나에게는 중요한 일.


특히 1호와 2호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데

항상 뻔한 패턴에 뻔한 결말이다.


1호가 2호를 놀리거나,

1호가 2호와 안 놀아주거나,

1호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나 물건이

2호에게는 너무 좋아 보이는데

(그것밖에 안 보이는데)

1호는 절대 나눌 생각이 없거나,



1호가 혼자 책을 읽고 있을 때,

2호는 어떻게든 그 책을 볼 수 있는 각도와 위치

어디쯤에 비집고 가서 고개를 담그는 것.


물론 1호는 성가셔하며

또 때론 소리를 지르고 자리를 뜬다.


엄마인 나는 1호도 이해가 가는 한편,

2호도 이해가 간다.


(그래, 혼자 읽고 싶겠지)

(그래, 형아가 하는 게 좋아 보이겠지)


또 엄마인 나는,

1호도 이해가 안 가는 한편

2호도 이해가 안 간다.


(아니, 좀 같이 보면 어때서)

(아니, 싫다는데 왜 자꾸 집착해)





정말 이해가 되면서도

또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이해의 미로 속에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때면

나는 중재를 하거나 이해를 시키기보다

도리어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책을 읽고 있는 1호

그 곁에 어김없이 따라붙는 2호,

그리고 또 기어이 밀어내며

오로지 혼자 책을 보겠다고 하는 1호를 보며

마음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데,



잠시 뒤에 2호는

1호의 책 모서리 관객이 되는 것을 포기하고

1호의 장난감을 만졌다.


1호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나는,

1호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1호를 나무랐다.



'책 혼자 보고 싶은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너 책 볼 동안 동생이 장난감 좀 만지면?

대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난단 말이냐?'



나는 그 '무슨 일'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상정하나,

1호의 정신세계 속에서는 이것은 무척 '큰일'이라고 한다.


나에겐  별것 아닌 일이 1호에게는 큰일이니

접점 불가, 설득 불가, 협상 결렬이다.


결국 1호와 2호를 분리시키기로 하고,

2호를 다른 방에 데리고 들어왔다.




'다른 책을 읽어주겠다',

'다른 더 좋은 장난감을 주겠다'라고 달래도

2호는 여전히 울상이다.





‘아니 율아, 형아는 책 같이 읽는 거도 싫대.

장난감도 너 안 주겠대. 

그냥 엄마랑 같이 놀자.

엄마가 더 멋진 장난감 주고

더 재미있는 책 읽어줄게.

형아 별로야. 같이 놀아주지 마.’


그랬더니 2호가 새빨개진 눈으로 울먹이며

나를 올려다본다.



‘엄마 근데 나는,

그래도 형아가 정말 좋은 걸.

너무 좋은 걸'







아. 할 말을 잃었다.

가슴 저미는 동생의 형아 짝사랑에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무조건적인 사랑,

무자비한 사랑,

무차별적인 사랑,

무한의 사랑 앞에서



나는 오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2호야 너 게 너 멋져."................ "아닌데, 형아 게 좋아 보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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