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빠는 정치적 바람 직성( political correctness)을 의식하는 사람이었고, 특별히 상처주기 위해, 악의를 가지고 나에게 그 말을 한 게 아님을, 그때도 지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결정' 대신 '다른 결정'이라는 단어를 찾지 못할 정도로, 내 결정이 그렇게 그 오빠를 당황시키는 결정이었던 것인가 싶어 나도 당황하고 말았다.
그는 내게, 내가 구하지 않았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어보니 절실하다고 느낀 조언을 '나를 생각해서'해주곤 했다. 그는 나의 몸값이 조금 뒤에는 급 하락할 것을 걱정해주었다. 대학 4학년에 여대 영문과를 다니고 언어 감각이 있다면 그 언어를 더 갈고 연마해 최대한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안정성도 보장된 곳에 취직하는 것이 현명한 것, 하지만 그보다 더 현명한 것은 졸업 전에 XX에 가입해서 사회에서 상정하는 몸값이 떨어지기 전에 나를 귀히 여겨줄 남자를 만나는 것, 이라고 했다.
그것이 정말 나를 생각해서가 아님을, 또 그것이 나에게는 현명한 판단이 아님을, 게다가 나는 그것을 원하지도 않음을 알았기에 나는 별로 혼란스럽지 않았었다. 설령 학교라는 울타리 밖에서 마주한 사회가 정말로 그의 말대로 내 앞에 펼쳐진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1000퍼센트쯤 있었다.
스물다섯,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싶었지만 적어도 그게 내가 아님은 확신할 수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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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영국으로 와서 초기 한 달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내 마음이 어딘지 잔뜩 긴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새로우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뭔가 더 근본적인 불안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건 '혹시라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라는 생각과 맞닿아있었다.
나는 그것을, 새로 알게 된 사람들과 쾌활하고 즐거운 수다를 떨고 나오는 길에 홀로 길을 걸으며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한숨을 통해 느꼈다.
그 모든 행동은 내가 한 것이긴 했으나 온전한 나로서 한 것은 아니었다. 한참 걷다가 신호등 앞에 서서, 생각을 길어 올리고 느낌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