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시케 Jun 13. 2021

아파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도 괜찮은 위로




처음에 영국에 왔을 때

한국인이 별로 없는 동네에

그래도 한국 음식점이 하나 있다는 사실은

그 존재만으로 작은 위로가 되었다.


아이들 때문에

실제로 들어가 본 일은 두 번밖에 없었고

주인이 바뀐 뒤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처음에 그곳에 갔을 때,

아직 어린아이들 셋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에

주인 아주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휴, 아이들 그 맘때가 제일 힘든데

정말 힘들겠어요.

마음 같아서는

'애들 내가 봐줄 테니

가서 바람 좀 쐬고 오세요. '

하고 싶네요.”




그때는 육아의 힘겨움보다는,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해나가야 한다는 막막함이

더 큰 과제였기에

그냥 고마운 말씀을 해주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씀이 더 깊이 내 마음에서

잔잔히 울리는 것을 느꼈다.




친한 친구의 엄마도

친구가 나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했다.

역시 삼 남매를 키워내신 분이셨다.



‘그때는 그냥 다른 거 없어.

가서 네가 유모차 끌고 애들 데리고 나가줘.

엄마 눈 좀 붙이고 쉬라고 해.

아기 키울 때는 그만한 선물이 없다.’



이런 말들이 뒤늦게 큰 위로가 된다.

미리 받은 위로의 선물이자

앞으로도 꺼내어 쓸 다독임이다.

그분들도 어쩌면 그런 위로와 다독임이

자신에게 절실했기에 아실 것이다.



아파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아픈 사람의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 위로의 선물을

시간이 지난 후 다른 사람에게 전하며,

과거의 자신을 만나 위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를 안아주는 일이 결국,

과거의 나를 안아주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위로가 꼭 맞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도

괜찮은것 같았다.

이런 위로는

타이밍이 꼭 맞지 않아도 괜찮고

또 오히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더 오랜 여운으로 마음에 남기도 한다.



뒤늦은 것이든 이른 것이든,

마음을 담은 모든 말들은 아름답고 힘이 있다.

우리의 현재는 누군가의 과거가 되고

또 누군가의 미래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게 되니,

우리는 한없이 외로워졌다가도

종국에는 외롭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