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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시케 Oct 16. 2021

혼자라고 느낄 수는 있죠. 하지만 혼자는 아니죠

코로나로 인해 넉달만에 간 영국의 놀이터에서  


코로나로 인해 놀이터에 가지 않은 지 오래된 어느 날,  

아이들과 자기 전 약속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놀이터에 가겠다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이들은 다섯시반에 일어났다.



고삐풀린 망아지들이 풀밭을 나뒹굴듯

뛰는 게 아니라 날아가는 아이들,


이 모습만으로 아침 7시에

이미 그날 하루가 충만했는데

그날 나는 더 큰 선물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의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 사진 속에 담겨있다.






사진을 찍고 사진을 확대해서 보던 바로 그 순간

어떤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곳 놀이터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하나는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조금 큰 어린이들이 놀기 좋은 놀이터로.


그래서 세 아이와 놀이터에오면

막내와 아기 놀이터에서 놀면서

둘째와 첫째가 어린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살피기위해

멀리서 사진을 찍어서 확대해서 보곤 했었다.


찍은 사진 속에 할머니가 보였다.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시기에

 뭘 하시나 했더니, 쓰레기를 줍고 계셨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할머니 동작이 조금 경직되어있었고

옷도 어께 한쪽이 살짝 내려가있었다.


그러니까 이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셨던 것,

불편하지 않은 쪽으로 쓰레기를 줍고 계셨던 것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던 찰나,

반대편 에서 다른 할머니 한분이

첫째 아이의 자전거를 가지고 오셨다.


아이가 놀이터에 오자마자 흥분해서

입구에 던지다시피 세워둔 자전거였다.


할머니는 "조심해라. 자전거 도둑이 많아",하시며

자전거를 아이들 쪽에 세워두셨다.

챙겨주시는 마음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는데

이 할머니도 역시, 쓰레기를 줍고 계셨다.


한쪽에는 큰 장바구니를 이고

다른 한쪽에는 쓰레기를 잡는 집게를 들고!





그 모습이 너무 멋져보여서,

어떻게 이 새벽에 쓰레기 주우실 생각을 하셨냐고

마음이 너무 예쁘시다고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저기 있는 저 친구랑 전에는 아침마다

이 길을 함께 산책 했었어요.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함께 산책은 힘드니

아침에 산책 대신 다른걸 해보자고 이야기하고는

이렇게 떨어져서 쓰레기 줍기를 시작했지요."



아아,

멋진 우정, 멋진 생각, 멋진 산책이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분들이 쓰레기 줍는 모습에 계속 눈이 갔다.



두 분의 일에는 어떤 패턴이 있었다.

몸이 더 불편하신 분이 1차로

줍기 쉬운 큰 쓰레기들을 흝고 간다면,

몸이 덜 불편하신 분이 2차로

줍기 어려운 작은 쓰레기들까지

이중처리를 하고 계셨다.


아름다웠다.


바이러스 창궐로 많은 것이 지워지고 단절되고

어지럽혀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침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오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했었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지워질 수 없는 마음, 단절될 수 없는 마음,

한번이고 두번이고 여러번이고,

어지럽혀지는 우리  마음을 맑게 해주는

아름다운 마음들을 보게되었다.



우리 모두 각자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함께 하는,

정성스럽고 정다운 시간을 선물 받았음을

그렇게 알게 되었다.






 놀이터에서 돌아오는 길,

버스 정류장의  문구가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혼자라고 느낄 수는 있지요.

하지만 혼자는 아니랍니다!

You may feel alone,

 but you are not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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