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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시케 May 21. 2021

슬픔도 힘이 되었다

화가 난 것이 아니라 슬픈 것


어떤 일에 화가 났는데

아이들 옆에서 그냥 화를 내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얼굴을 붉히며 작은 방에 앉아있던 순간이 있었다.


삼십 개월 셋째가 내게로 와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쭈뼛거리며 내 주위를 맴돌다가

장난감 자동차를 쥐고 한 바퀴 돌리더니

고개를 돌려 물었다.


“Mummy, why are you angry?"

엄마, 왜 화가 났어?



아, 그 질문을 받고서야 알았다.

내가 느끼는 것,

하지만 차마 다 표현하기 힘들어서 무겁게 가지고 있던

이 감정이 ‘화’가 아니라는 것을,


꺼내기 전에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감정이었다.



나는 아이를 내 곁으로 끌어와 안으며 대답했다.


“No, it's not that I am angry.

 It is just that I am sad."

오. 아냐, 화가 난 건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마음이 슬퍼.




누군가가 물어봐주어야 아는 마음이 있고

밖으로 꺼내기 시작해야 제대로 아는 마음이 있는데

화 Angry의 자리에 있다고 착각했던 마음에

진짜 마음, 슬픔 Sad이라는 진짜 이름을 붙여주자


눈물이 나왔다.


나는 아이를 안고 울었다.

많이가 아니라 조금.


아주 조금 울고 났을 뿐인데,

다시 아이를 번쩍 안고

콧노래를 불러줄 힘이 어디선가 불끈 솟았다.


눈물이 지나간 마음자리에서

새싹처럼 여리고도 선명한

새 기운이 돋아 났다.



눈물은 힘이 셌다.

슬픔도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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