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입문하게 해 준 매너남
러닝을 시작하게 해 준 스페인 남자
여행에서 만난 남자 연작 시리즈 계속 올려보기로 합니다.
치앙마이에서 약 3개월가량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새로운 친구는 요가인더파크에서 오며 가며 인사하거나
마치고 커피 한잔 브런치 정도인데 이런 일상도 매일은 아니기에 그래도 가끔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곤 하는데 오늘 소개할 이 스페인 남자는 저에게 러닝을 시작하게 해 준 러닝메이트입니다.
시작은 늘 그렇듯이 제가 자주 오가는 골목이었습니다.
태국에서도 치앙마이 치앙마이에서도 올드 시티 내 치앙마이 게이트 근처 후미진 골목에서 주로 지냈기에
생활 반경이 아주 좁습니다만 그 와중에 앞서 소개한 미국 화가 친구나 몇몇 사람들을 오며 가며 만났는데
이 친구 역시 그 길에서 마주했습니다.

그가 종종 가는 스페인 친구들이 모이는 장소가 근처였고 저도 귀가하는 길에 딱 마주친 거죠.
그는 제가 자신의 일본인 친구인 줄 알고 말을 걸었고 자연스레 그 자리에서 그래, 그럼 이야기나 할 겸
가볍게 한잔 할까? 하여 바로 옆 홈바에서 딱 한 잔 하면서 서로를 알게 된 거죠.
그리고 헤어질 때 그는 바로 내일 일요일 저녁 식사나 하자고 하였고. 역시나 동네에 있지만 늘 스쳐 지나가던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했으나 휴무. 그래서 어떡할까? 하니. 그는 옵션을 주겠다면서 3~4 군데의 레스토랑 리스트를 보내왔습니다.
예전에 소개팅할 때 그런 메시지를 받고 감동한 적이 있는데 외국인 친구에게도 이런 걸 받게 되다니 놀라웠고 그중에는 제가 가려고 저장해 둔 곳도 있었습니다만 그냥 제가 걸어갈 수 있는 반경의 란나 스타일 레스토랑이 좋겠다는 데 동의하고 만나기로 헸습니다. 그는 픽업 갈까? 하고도 물었지만 그냥 괜찮다고 했고 이후로 만날 때도 그는 꼭 데리러 오거나 바래다주는 귀찮은 일도 매번 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처음 만나고 다음날 바로 우리는 데이트 아웃선데이 디너를 즐기게 된 거죠.
당일 예약이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Reserved seat에 앉아서 식사를 하게 된 거죠. 태국 생활을 길게 하다 보면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 가는 날은 거의 없고 브런치를 간단히 먹거나 주로 로컬 음식을 먹다 보니 기분 좋은
설렘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어요.
레스토랑이나 음식 자체는 무난했지만 이쁜 벽지인지 그림인지가 너무 맘에 들었고 그냥 그날의 분위기가
좋아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무엇보다 그냥 자연스러운 우리의 대화나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너무 즐겁지도 않고 너무 불편하지도 않은 딱 그 정도.
그렇게 디너를 마치고 건너편에 라이브 바에 가자고 했는데 저도 작년에 가 본 곳이라 와 본 적이 있다고 하니 다음엔 가보지 않은 곳에 가자고 말해주는 그.
그럼에도 저 역시 5번째 치앙마이이고 긴 시간을 머물렀기에 웬만한 곳은 이미 가 보거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리 말해줘서 고마운 거죠.
그리고 오늘의 주제의 러닝을 시작하게 된 거도 그 덕분입니다. 어쩌다 취미를 이야기하다가 그는 달리기를 하곤 하는데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최근에 못하다가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같이 하자고 하는 거예요.
달리기를 하면 숨쉬기가 어렵고 계속해서 달리기가 어려워서 주로 걷거나 실내 자전거 근력운동 위주로 하던
저였는데. 그래?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두세 번 그와 식사를 한 뒤에 날을 잡은 거죠.
이 날이다. 그리고 장소는 치앙마이 산티탐 스타디움에서의 첫 러닝!
긴장했지만 천천히 가자는 그의 말만 믿고 나섰는데
5km 넘게 뛸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며칠 뒤에는 치앙마이 대학교였습니다. 이전에도 산책 삼아 두 번 정도 간 적이 있었던 코스를 또
뛰게 되다니 그저 놀랐고 즐거웠습니다. 온몸이 뜨겁고 땀으로 흠뻑 젖어도 기분만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와 치앙마이에서 달린 건
700 코스
하지만 이후 여행 일정으로 다시 그와 달린 건 방콕이었습니다.
방콕에서도 같이 만나서 짜뚜짝 공원에서 러닝.
역시 5~6km 정도였고 그는 조금 더 달리고 저는 기다리고 그랬네요.
이후로 저 혼자서도 빠이 매홍손 명상센터 가서도 한 번 달리기를 시도했고 4km 정도 달렸나 절 내부가
너무 어두워서 물에 빠지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운동화를 빨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지만 그래도 달렸고.
캄보디아 와서도 씨엠립 시내에서는 너무 더워서 할 엄두를 못 내다가 자원봉사 하러 근교 학교 갔을 때
새벽에 깨서 일어남 김에 샤워하기 전에 가볍게 역시 5km 넘게 6km 정도 뛰었네요.
느낀 건 혼자 할 때 보다 함께 파트너로 달리면 역시나 좋구나! 의지도 되고 용기와 칭찬을 주기도 하고.
그렇게 저에게 러닝의 신세계를 알게 해 준
스페인 남자.
그는 스페인 살라망카 출신이고 이른 은퇴를 했고 키가 크고 마른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체격이 너무 좋지도 않은 그래서 튼튼한 제 다리를 살짝 부러워하기도 한.
독신남이고 당장 여자친구가 있거나 결혼할 의지가
강하지는 않은데 모르죠. 또 누군가를 만나서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거죠.
우리는 러닝도 함께 하고 식사도 몇 번 하고 그의 집에 가서 넷플릭스도 한 두 편 보고 그랬어요.
carry on 이랑 어떤 드라마를 보다가 말다가…
영화관에 가자는 이야기를 했지만 당시에 치앙마이에는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패스했고.
그랬네요.
서로 비슷한 상황이나 또 서로 너무 끌리는 사이는
아닌 적당히 좋은 관계.
여행하면서 이런 친구 만나기도 어려운 거 아시죠?
또래의 싱글인 사람. 실은 서로 나이를 물어본 적
없는 사람 둘
그리고 각자 태어나 자란 도시보다
이국에서의 생활을 더 편해하는 사람들.
여하튼 그와도 좋은 관계로 종종 연락하며 또 치앙마이에서 만나거나 다른 곳을 여행하자고 이야기하곤 하는
그러면 되는 거죠? 뭘 더 바라겠어요?
아나이스 해외한달살기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태국 3개월
캄보디아 1개월 그리고
아마도 베트남을 거쳐서 어딘가로 가고 싶은데 정해지면 포스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