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ais Ku Apr 09. 2022

벚꽃엔딩

꽃놀이에 집착하는 한량 구선생

벚꽃엔딩 _ 꽃놀이에 집착하는 한량 구선생


매년 피는 꽃에 왜 그리 연연하며 사는 건지 모르겠지만 올해에는 처음부터 제주도에 벚꽃 보러 가리라

마음까지 먹은 한량 아나이스!


요즘 아나이스예요. 하면 아직도 한 번에 못 알아듣는 분들도 간혹 계셔서 아예 각종 SNS 닉네임을 다

바꿔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왜 그런 건지 미술 사진 쪽 계시는 분들은 선생님 샘 이런 말을 호칭처럼 쓰는 분들이 많으셔서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도 제게 구 선생하고 부르시기도 하시거든요. 그리하여 급 붙여본

 

한량! 구 선생,


어떠세요? 어쩌다 단어들이 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한량이라는 단어도 오래전부터 제게는 딱이라며 써오고 있는 건데 요즘 더 꽂히고 있네요. 계속 한량처럼 놀겠다는 건 아니지만 인생을 즐기면서 살겠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을 듯합니다.







어쩌다 꽃놀이 시즌에 항상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가서 매화나 벚꽃 시즌을 비켜서 가서 못 본 해도 있어서

올해에는 아예 마음먹고 부산의 벚꽃 보고 제주도로 가야지 하고 몇 주 전부터 계획을 세웠답니다.


그런데 올해 2022년 봄의 날씨는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비도 많고 흐리고 바람이 강해서 기대했던 궁극의 꽃놀이는 아녔습니다만 그런대로 만끽하고 온 봄의 꽃놀이. 가장 크게 느낀 건 어디 꽃을 보러 가야지 하는 거보다 그냥 주변의 꽃이 있다면 그걸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게 가장 좋다는 게 뻔하지만 진리였어요.






어딘가로 가는 길에 보이던 집 앞의 꽃이 제일 이쁘고 우리 집 길 건너편에 일부러 꽃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전시 보러 일부러 걸어가서 해운대 주변 동네 산보하듯이 천천히 거닐면서 붕어빵 ( 저는 팥보다는 슈크림이 든 잉어빵을 좋아해요. ) 하나 먹으면서 목적지까지 걷기. 그러다가 전시 오프닝은 끝나버렸지만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뒤풀이 장소가 마침 달맞이에 있어서 다 같이 가는 길에 내려서 주말의 데이트족 사이에서 이리저리 보았지만 예년보다 이쁘지 않다고 해야 하나?

활짝 이쁘게 피기도 전에 지는 엔딩 느낌이 피다가 저버린 거 같아서 좀 그랬네요.

지인 왈, 너 마음이 추워서 그런 거 아니니? 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예년보다 이쁘지 않은 걸 그렇다 말했을 뿐.







아프기도 하고 봄 날씨 같지 않은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일정이 바뀌느라 비행기도 취소하고 일행들과도 결국 다 만나지 못하고 혼자 며칠 다녀오기로 했답니다. 그녀들과 봤으면 좋았겠지만 그녀들 나름대로 힐링 여행하고 갔으리라 생각하며 저는 저대로 혼자의 여정을 했습니다. ( 그리고 해비치를 예약해주신 분께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나중을 기약하고 싶지만 어렵겠지요.)


사실 제주대 벚꽃은 수년 전에 본 기억이 있고, 그 외 유명한 코스들은 저에겐 큰 감흥이 없었어요.

누군가는 유채꽃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이쁘다 하지만 저는 벚꽃은 벚꽃대로 유채는 유채대로 있는 게 더 이뻐 보여서 유명한 정석 공항로는 그리 좋아하는 코스는 아닙니다만 2015년 봄에는 그곳에 있었고

어느 해에는 누군가와 달맞이에 또 작년에는 집에만 칩거하다가 겨우 집 앞 벚꽃을 한참 보다가 오기도 했네요.








카페를 워낙 좋아하는 저로서는 전농로를 벚꽃 피기 전에 지나가면서 내심 다짐하기를


"아... 이번 봄은 너다." 하고서 정해둔 것인데. 막상 가 본 그곳의 봄은 기대보다는 그렇게 막 아름답지는 않았어요. 벚꽃 인증샷을 남기려는 젊고 어린 청춘들로 그득했습니다. 평일 오후에 저녁에 가까운 시간에 숙소에서 걸어갔는데 이 날 왕복 15km 정도 2만 보 정도를 걸었는데 나중에 제주시 사는 친구가 와서 어떻게 거길 걸어갔어? 했는데 저에게 그 정도는 걸을 수 있는 거리라...

참고로 며칠 뒤 우도에서는 17km ( 25,000보 정도 ) 그리고 그다음 날 부산으로 와서

아트페어 가느라 걸은 거리도 그 정도 니까. 며칠 사이 좀 걸었지만 살이 훅~ 빠지거나 하지는 않지요.

오히려 에너지 쓴 만큼 먹으니까. 그대로인데 아트페어에서 오랜만에 본 어느 분은 살이 빠진 거 아니냐고 하셔서 그냥 기분 좋은 돼지(?) :누군가 저를 그리 불렀어요. 아나이스


암튼 전농로 벚꽃거리를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본 용연구름다리의 조명 들어온 벚꽃이 이뻐서 한참을 보았네요.







그리고 친구 차로 다시 전농로를 갔는데 차에서 지나면서 보는 밤벚꽃이 조금 더

이뻐 보이긴 했지만 동영상을 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우리 달맞이가 더 이쁘구나. 왜 자기 주변의 아름다운 곳들이 지천에 있는데

자꾸 어딘가를 가서 보려고 안달이 난거지? 하면서 가까이에 있는 곳이 새삼 고맙고 소중하게 여겨졌어요. 좋은 곳에 살고 있구나. 나의 도시는 정말 세상 어디다 내놔도 멋진 곳이구나 하는..



그래서 만들어 본 릴스

https://www.instagram.com/reel/CcE-K6DM7ZP/?igshid=YmMyMTA2M2Y=



다들 자기 동네 부심 하나쯤 있잖아요.

정말 요새 들어서 제가 사는 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져서 아.. 좋다

감탄하면서 걷기도 하고. 동백섬 거닐면서 바라본 동백들이 이렇게 이쁠 일이냐? 며

찬찬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새의 움직임을 조용히 바라보기도 하고 그런 소소한 일상이 감사한 거죠.







양치기 소녀가 되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이런 글에 일부러 다짐을 적어두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삶의 어떤 방향에서 그 길 제대로 가고 있다고 저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관한 글을 쓰고 항공권을 준비하고 그러면서 지난 겨울을 보냈는데 결국 도착지는 변경되어서 다음주에는 다른 곳에서 글을 쓰려고 합니다.


짐이 될 거 같아서 랩탑을 가져가야하나 고민중이긴 한데. 종이와 펜이 있다면 어디에서건 우리는 글을 쓰고 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제 아트페어에서 본 글귀


I AM Right Here,Right Now.


늘 알고 있는 말이지만 현재에 있는 위치에서 그 순간을 온전하게 오롯이 즐길 수 있다면 우리는 원하는 그 지점으로 다가가는 것이고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요?


하루 하루 하고 싶은 거 한가지는 하고 지내기로 해요.



작가의 이전글 여러분은 아침형 인간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