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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Feb 06. 2023

닥치고 써라, 무조건 써라. 매일 써라.

여행후유증과 글쓰기 상관관계

닥치고 써라, 무조건 써라. 매일 써라.

(15분이라도 써라.)


여행후유증과 할 수밖에 없는 일에 관하여.


자꾸만 나에게 다양한 채널로 각각의

목소리로 나에게 계속 메시지를 전해온다.

모든 게 연결되어 나에게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끈질기게 강요한다.


글을 쓰는 거 말고는 살 길이 없다.


이제는 돌이킬 수도 돌아갈 곳도 없고.

기다리는 이도 없다.

아니 내 옆에 아무도 없다.

고아도 아니고 가족

친구가 없다는 게 아니다.


절체절명의 고독 속에서 사는 거처럼.


누군가 다른 세계에서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고 와서 선택된 살아남은 어떤 이가 신기하게 현생에서 다른 레벨의 소리로 들리는 괴이한 목소리로 나에게 누군가 계속 말한다.


글을 쓰라고. 그 방법 말고는 없다고.


팟캐스트에서도.

어쩌다 우연히 보게 된 케이블방송의 영화에서도.

작가들의 입을 빌려 말한다.

자꾸 변명하지말고 그냥 써 ! 라고..


just saying like that

shut up just fu**king write!

nothing need to say anything






물론 다 따지고 보면 내가 선택한 기호의

산물에서 전해져 오는 소리이기에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작년 이맘때를 돌아보면

다시 태어난 거처럼.

10년을 놀았으니 돌고 돌아서 이제야

제 길에 들어섰다.

그러니 그 길을 부디 벗어나지 말고

제대로 직진해서 가는 수밖에 없다.

まっすぐ行って 


작년 이맘때에는 당장 할 수 있는 걸 하자면서 추워도 걷고 운동하고 정신을 다지려고 애쓴 정초였다면 ,


올해의 나는 세상 이 보다 게으른 사람은

없을 거라며 장담하는 기네스 도전자처럼.

무기력하게 침대에서 나오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처럼 시체처럼 지낸

지난 몇 주가 있었다.

그 심연에는 부쩍 떨어진 체력과 3주 여행을 다녀왔더니 이제는 아주 당연하게 루틴처럼 3주 이상은 쉬어줘야 기존의 버티던 버전의 나로 돌아오니.








게다가 이번 여행에서의 권태는 너무나

심하여. 교환이 가능한 항공권이었다면

벌써 여정을 마쳤을 터인데,

그놈의 환불 불가 항공권에다 이런저런

연유로 어쩌다 3주나 체류했지만

따뜻한 나라의 온기보다는

공허함만 가득 채워서 허해질 대로 허해진 상태로 거의 탈진 상태로 귀국했는데.

이건 코로나도 아니고 (자가검사를 2번이나 했지만 음성이더이다.)

아니 코로나 때 보다 더 아파서 몸이 뒤틀리고 오한과 한기, 그리고 몸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의 아픔으로 미칠 지경이었던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명절 연휴라서 병원도 못 가고) 이래저래 증상만으로 검색해 보니 겨우 B형 독감이라고 나오는 데

증상 만으로는 정확하지 않고. 그저 살면서 이렇게 아플 수가 있나 하는 지경이었다.

그런 아픔을 겪고 하루 두서너 개의

타이레놀을 먹고서야 겨우 겨우

깨어있을 만하다가

또 숨어있기 좋은 방에서 쉬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일드와 넷플릭스뿐이었다.








그렇게 또 기록적인 귀차니즘에서

하루 종일 일본드라마에 심취해서

아니 어쩌면 일드 그 자체보다는

누군가 목소리 좋은 이가 일본어로 나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걸 듣고 싶었다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니시지마 히데토시 같은 목소리 좋고 최애의 비주얼을 가진 그라면

금상첨화.

그렇게 뭘 봤는지 조차 다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일드를 닥치는 대로 보다가 눈이

저려올 정도 아프다는 걸 깨달았고.


이제는 슬슬 시동을 걸고 나가봐야 할 텐데 하는 작은 움직임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신을 차리게 된 것 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시도 보러 가고 그저 바닷길을 따라서 무작정 동해안을 따라서 차를 몰아보는 건 어떨까? 하고 기운이

슬며시 나는 것이다.







밤낮이 바뀌고 남들 잘 시간이 일어나 아침에 먹어야 할 브런치 메뉴를 먹는다는지,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고


작년 10월 이후로 여전히 전화서비스를

해지해 둔 상태로 뭔가 결핍된 상태로

지내서인가?

뭔가 더 씁쓸하고 고독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정해지는 기분이 든다랄까?

나를 돌아볼 시간이 이제라도 생긴 것이다.


아니 이제라도 제대로 글을 쓰고 주어진

과제를 해내야만 하는 건 아닌가 하고 진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남겨진 건 글을 쓴다는 것.


그것 이외에는 어떤 길도 없고

벼랑 끝에 몰려든 느낌과 동시에 먼 길이지만 제대로 찾아온 나의 숙명 같은

길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데드라인이 없는 글을 쓴다는 것.

목적의식이 없는 글이 아니라 이제는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긴 헤매임 끝에 남겨진 단 하나의 사명,

그 글로서 나는 구원받을 수 있고

그것만이 살 방법인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암시처럼 해야 할 숙제를

종용하는 어떤 압박이 내내 다른 방식의

목소리로 나에게 하라고.

제발 닥치고 글을 쓰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강하게 밀어붙인다.


그 강한 강요를 나는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야 말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정한 나의 길, 오래전부터 준비된 그 길로의 항해를 떠나고자 한다.

종종 이곳에도 소식을 전하며 그 길에의

여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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