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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Sep 26. 2023

영화제에서 생긴 일 2

배우는 영화제 출장중

다시 해운대로 가는 길 차 안     


잔잔하게 음악이 깔리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 눈치라 볼륨을 낮추는 Ana     


기주봉 : 며칠 전에 내가 해운대 바닷가에 앉아있었어. 그날도 뭔가 흐리고 비가 올락 말락.

비가 막 쏟아지지는 않았는데. 흐리고 찌뿌둥한 날인데 바닷가에 어떤 청년이 수영하고 있더라고.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멋지고 근사해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어. 그러다 그 청년이 나왔어.

궁금함에 왜 여기서 이런 날씨에 수영하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그래 자네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 하고 물었더니.

아…. 저는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 그런데 그 친구는 실제로는 요리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이탈리아 요리 파스타 같은 거 만들면서 지내고 있다고. 외모도 아주 훈훈하고 잘생겼어. 배우처럼.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거 같더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지. 배우를 해보면 어떠냐고?

그 청년이 글쎄요. 연기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Ana : 우와 배우님. 이 이야기 자체가 영화 같아요. 제가 배우님을 영화가 아닌 실제로 뵙고 이야기 나눈 건

처음이지만. 그때 GV 때도 극장 나가면서 인사를 드렸는데 아주 따뜻하게 진심으로 받아주셨고, 꼭 저를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대해주셨는데, 오늘 이 이야기도 분명 처음 들었는데 그 순간들이 그림처럼 그려지면서 펼쳐져요.


기주봉 : 그래? 그래서 그 친구랑 연락처를 주고받았어. 가기 전에 차라도 한잔하자고 말이야.

오늘 아마도 서울 가겠지만 가기 전에 연락해 볼까 생각 중이야.


Ana : 아. 꼭 연락해 보시고 이후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저도 그 청년이 궁금하네요. 호호~ 방금 이야기해 주신 이 장면이 영화 같아서 제가 만드는 영화에 이 장면 넣어도 돼요? 물론 선생님이 직접 나와서 연기해 주시면 더 좋고. 그 청년까지. 호호호.


한참 뭐라 뭐라 더 떠들면서 다시 해운대로 돌아갔고. 기주봉 배우를 약속장소에 내려준다.     

호텔 로비               










영화제에서 만난 인연들은 지난밤 만나서 쉬이 친구가 되기도 하고 몇 년을 보지 않다가 다시 보게 되기도

하고 영영 만나지 않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수영강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Ana

옆에는 남자가 서 있는데. 자세히 보니 배우 윤동환이다.


그 역시 한참을 만나지 않다가 몇 해 전 영화제에서 다시 만나고 올해 영화제 때 다시 연락이 닿았다.







피곤한 채로 강을 바라보는 두 사람. 내내 영화를 보느라 눈이 퀭한 모습이다.


Ana : 아까 보신 건 어땠어요?

윤동환 배우 : 나야 늘 좋지. 나는 아니다 싶으면 나와서 다른 영화를 중간부터라도 봐.


Ana : 저는 영화 시작할 때부터의 집중과 영화 초반 10분이 중요한 사람이라 그렇게는 못해요.

아까 전화드렸는데. 영화 보시느라 못 받으신 거죠? 기주봉 배우님과 그 다큐 영화 스태프들과 함께 있어서

연락드렸어요. 같이 낮술 하자고.ㅎㅎ

윤동환 배우: 그랬구나. 기주봉 선생님 뵌 지도 한참 되었네.

Ana : 아까 기주봉 배우가 해주신 이야기가 너무 좋았어서 제가 만드는 영화에 어떻게라도 넣고 싶은 시퀀스라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우리도 제발 영화 만들어서 다음에는 게스트배지로

영화만 볼 게 아니라 GV (GUEST VISIT ) 다니면서 질문도 받고 그러면서 영화제 와요.

윤동환 배우 : 그러니까. 늘 말하잖아. 하자고. 할 수 있다고.

Ana : 전에 말씀하신 건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부터 전라도에서 작업하시는 거예요?

윤동환 배우 : 아니 일단 영화제 끝나고 내가 전라도 가서 여균동 감독님 만나고 나서 이야기해봐야 알 거 같아. 이야기가 잘 되면 거기서 지내면서 작업하는 거고.

Ana : 그렇구나. 잘되면 좋겠네요. 여균동 감독님 뵌 지도 한참이네요. 전에 첫 영화 프리 작업할 때 서울 사무실에서 뵙고 못 뵈었으니. 다시 봐도 알아보시려나 몰라.

여하튼 배우님은 전라도에서 저는 경상도에서 뭔가 만들어서 나중에 콜라보하면 좋겠네요. 진짜 말로만 그러지 말고 꼭 그럽시다. 우리. 너무 오래 쉬었어.

윤동환 배우 : 안 불러주는데 억지로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배우는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 그래서 유튜브로 명상도 소개하고 책도 내고 하지만.

Ana : 잘 알죠. 누구보다 영화 사랑하시고. 배우나 감독 중에서 이렇게 영화제 내내 눈이 빠지도록 영화 보는

영화인은 처음 봤을 정도니까. 그 열정 그대로 제발 우리 좀 만들자고요.

참 지난번에 대구 가서 남기웅 감독님 잠시 만났어요. 미술 관련 다큐 만드시느라 대구 체류하셨다고. 저랑

겹치는 인연들도 있어서요. 미조도 그래서 뒤늦게 보게 되었고. 암튼 거기서 윤 배우님의 터프한 매력 재발견.

영화도 좋던데, 안타까워요.

윤동환 배우 : 그래 , 진짜로 이번에는 뭔가 만들어보자.









어느덧 해가 지고 센텀시티 근처 중국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식사를 한다.

술 한병 시키지 않고 허기만 때운다. 둘 다 영화 보느라 피곤에 절어서 별다른 말 없이 XO 볶음밥과 짬뽕국물

만두를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윤 배우가 지내고 있는 곳에 내려준다.


Ana : 영화제 내내 눈이 아프도록 영화만 보시느라 애쓰셨습니다. 호호호

윤동환 배우 : 그래. Ana 도. 근데 나는 너무 행복했어. 좋은 작품들 많이 볼 수 있어서...

Ana  : 내일 올라가시죠? 어디로 가세요?

윤동환 배우 : 일단 ** 도시로 가. 어머니 병원 때문에 서울에 가야 할 수도 있고.

암튼 또 보자고.

Ana : 네, 영화제 기간 말고도 제가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윤동환 배우 : 그래. 나도 부산 오면 연락할게.


그리고 며칠 뒤.


윤동환 배우에게서 온 문자 화면.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편히 쉬실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은 세상에 가셔서 안도합니다.


문자를 받고 한참을 바라보는 Ana








narration


" 누군가 세상을 떠나도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나는 밥을 먹으려고 물을 끓이고

계란을 풀고. 그렇게 다들 살아가는 거겠지만. 옆에 있다면 뒤에서 꼭 안아드릴 텐데.

병원도 오지 말라고 하시고. 이미 장례식도 끝났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Ana 아버지 역시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영화제에 왔다가 이미 서울로 간

지인들도 그녀 아버지 장례식에 참여하기 위해서 다시 귀한 발걸음을 돌려서 부산으로 와 주셨다.


그 귀한 마음들을 기억하기에 마음이 어느 때보다 아프지만 그저 메시지만 보내는 자신이 싫어졌다.


그러고 수개월 후 방콕





그녀는 카톡을 확인한다. 이번에는 앞편에 나온 김 기자의 메시지.

어머니가 영면하셨다는 소식.


해외에 있어서 가보지도 못하고. 그냥 부조금을 보내자니 그래서 아주 긴 변명 같은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몇 번을 시간을 두고 연락을 주고받았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리워하노라고. 말하는 그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말은 얼마나 가볍고 쓸쓸한지

하지만 당장 그곳으로 가서 안아주지 못한다면 그저 그렇게라도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사뭇

더 아프지만 다들 그리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올해의 영화제를 앞두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영화제는 이번에도 그렇게 잡음을 껴안고 시작될 것이다.


이번에는 아예 배지도 신청하지 않았고. 신청했다고 해도 눈이 시리도록 영화를 보는 영화제가 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아예 영화제 전에 어디 멀리 다녀올까도 고려 중이다.


이 영화제에서 생긴 일 같은 영화를 만드는 날이 오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영화제에 참가하는 꿈을 꾼다.


자원봉사자로 처음. 그리고 스태프로 다시 영화제와 만나고. 나중에는 마켓배지로도 찾았고.

게스트 로도 영화제에 갔지만 여전히 그저 관객일 뿐인 Ana


관객도 좋지만 작은 작업물을 모두에게 공개하며 영화제라는 축제의 장에서 제대로 페스티벌을 즐기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날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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