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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Dec 19. 2019

벌거벗은 예술님

#01 9 열아홉 번째 이야기

현대 미술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의견은 하나같이 난해하고 작품 같지도 않은 것들을 가져다가 놓고 예술이라고 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렇다. 나는 미대 나온 여자다. 한 때 미술 세계에 몸 담고 지냈고, 작업을 하며 전시를 했었다. 그리고 아직도 소리 없이 달팽이처럼 끄무적 거리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내가 플라멩코에 미쳐서 플라멩코 춤을 추고, 의상들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면서 플라멩카들을 페르시아나 Persiana(뜨거운 태양을 가리는 창가에 거는 발, 플라멩코에 미쳤던 여자 https://brunch.co.kr/@anachoi/1 참고)에 담아 세비야의 뜨리아나 Triana의 한 건물 창가들을 조금씩 메우다가, 결국은 플라멩코 박물관에 그녀들을 영구 입성시키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플라멩코라는 소재를 벗어나서 나름의 작업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그런 내가 봐도 요즈음 떠드는 예술작품들의 작품 가격이라던가, 작업 성향들을 보면 미간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현대 미술사를 공부하고 작업을 해나가는 내가 봐도 난해한 작업들을, 일반인들에게 이것이 현대 미술이니 너네가 알아서 보고 알아서 감상하라고 한다. 마치 자신들의 똥 작업을 세상 사람들이 이해 못하면 그들이 어리석은 냥 오만하게 콧대를 높인다. 임금님을 벌거벗겨 놓고, 마치 멋진 옷을 입힌 냥, 벌거벗은 임금님을 거리에, 갤러리에 내어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몇 년 전, 현대 미술에 대해 별로 친절한 눈빛을 주지 않는 나의 이탈리안 남편과 함께 파리에 함께 갔었다.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던 어느 작가의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소화전 밑에 운동화 한 켤레가 놓여 있었는데, 이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나의 이탈리안 남편은 너무도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뱉어냈다. 그리고 몇 분 뒤, 이 운동화가 예술 작품이 아닌 것이 밣혀져서 우리는 한참을 웃어댔다.


Banksy

또한, 2019년 1월, 밀라노에서 열렸었던 Banksy 전시회를 찾아갔었다. 거리 예술가 Street artist의 작품을 갤러리 안에서 본다는 것에 약간의 반감과 역설이 있긴 했었지만, 워낙 20년 전부터 좋아하던 작가였기에 그냥 눈 딱 감고 발을 들여놓았다. 그가 남긴 다큐멘터리는 결과적으로 현대 미술 세계에서 작가가 된다는 게 얼마나 우습게도 쉬울 수 있는지, 약간의 광고와 명성, 매스컴 등과 더불어 얼마나 비즈니스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를 보는 예술가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의 다큐멘터리 DVD와 함께 담긴 그의 책의 첫 부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WE ARE ALL FAKE!
L'arte moderna è una disgrazia - mai cosí tanta gente ha impiegato così tanto tempo per dire così poco. Inoltre la cosa incredibile è che è probabilmente il più facile dei business al mondo, e non richiede alcun talento per guadagnare qualche soldo.
현대 미술은 형편없습니다. - 그렇게 별 볼일 없는 것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쉬운 비즈니스일 것이며,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재능도 필요로 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BANKSY


이렇게 현재의 미술 세계 시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2018년 10월 초, 그는 소더비 경매에 그의 작품이 낙찰되자마자 자신의 작품을 파괴시키는 해프닝을 남기기도 했었다. 무려 15억에 낙찰된 작품이 인쇄 폐쇄기에 잘려나가, 경매장에 있던 모든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었다. 그의 잘린 작품이 내던져 주는 통쾌한 메시지와는 대조적으로 경매 관계자들과 미술 관계자들은 그의 잘린 작품이 담긴 해프닝까지 더해 더욱더 고가에 책정될지도 모를 거란  논의가 뜨거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A1khFtiDRJ8



Maurizio Cattelan의 작품 "Comedian"

2019년 12월 초,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아트페어인  Art Basel Miami Beach에서 이탈리안 작가 Maurizio Cattelan가 갤러리 벽에 바나나를 테이프에 붙여놓은 것이 120000 달러(1억 4천만 원)에 팔려 화재가 되었었다. 또한,  전시장에 온 아티스트 데이비드 다투나 David Datuna가 이 벽에 붙여진 바나나를 떼어먹으며 일종에 퍼포먼스이고, "나는 배고픈 작가"라고 말하며 그의 작품을 비웃었다. 이 뉴스가 나오기 1주일 전, 나의 아이들 둘이서 한참을 자기 놀이방에서 놀길래 가보았더니, 마루 인형들을 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고 놀고 있었다. 현대 작가 Maurizio Cattelan가 해 놓은 작업을 이 아이들은 이미 놀이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닐까? 작가가 하면 예술이고, 아이들이 하면 예술이 아닌 걸까? 만약 사진으로만 나란히 놓았다면 과연 어떤 것이 현대 예술 작품인지 사람들은 분간할 수 있었을까?


Maurizio Cattelan의 작품 "A perfect day" (왼쪽), 아이들이 놀면서 만들어 놓은 작품 ? (오른쪽)


https://www.youtube.com/watch?v=jp5B7llEGGQ

데이비드 다투나 David Datuna의 "Hungry Artist°  퍼포먼스 해프닝


우리들은 벌거벗은 예술님을 찬양할 것인가? 아님 그 예술님을 벌거벗긴 양심 없는 예술쟁이들을 비난할 것인가? 아님 벌거벗은 예술님을 손가락질하며 감히 웃어댔던 한 아이처럼 용기 있게 비웃을 수 있을 것인가?


율 Yul과 가이아 Gaia의 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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