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우리 아빠 이름은 마이클(Michael)이고, 미국인이야. 엄마는 한국인인데 엄마도 나처럼 이름이 두 개야. 한글로 나경, 영어로는 애나(Ana). 애나는 엄마의 천주교 세례명이고 미국에서는 모두 엄마를 애나라고 불러. 아빠는 뭐, 그냥 마이클이지! 엄마가 아빠에게 ‘박마익’이라는 한국 이름을 오래전에 지어주었는데 엄마는 기분이 좋을 땐 박마익이라고 부르고, 그렇지 않을 때는 “마이크으을!!!”하고 불러. 아빠는 아마도 항상 박마익으로 불리고 싶을지도 몰라.
엄마, 아빠가 어떻게 만났는지 알려줄까? 엄마는 페루(Peru)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고, 아빠는 그때 미국에서 공부하던 학생이었어. 아빠가 2학년 때, 일주일 방학이 있었는데 그때 미국에서 페루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엄마를 만난 거야. 어떤 프랑스 레스토랑이었지. 마이크와 애나는 보자마자 첫눈에 사랑이 빠졌다는…것이면 달콤하겠지만! 그건 아니야. 일주일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영영 헤어졌지. 그런데 아빠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났대. 큰일 났다! 망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빠의 눈물은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엄마, 아빠는 페루와 미국, 한국을 오가며 사랑을 키우다가 결혼했대.
“그런데 결혼식 사진에 왜 노아는 없어요?”
엄마, 아빠의 결혼식 사진에 내가 없거든. 이유를 물어봤어. 대체 나는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말이야. 너무 궁금하잖아?
“음… 노아는 그때 밤하늘의 별이었지.”
밤하늘의 별이라니! 내가 어떻게 밤하늘의 별이었다는 것일까? 하늘의 별이 갑자기 번개처럼 날아와 엄마 뱃속을 뚫고 들어갔을 리는 없잖아? 분명 어떤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진짜야. 엄마가 아빠랑 결혼하고 밤하늘의 별이 콰과과광! 갑자기 굉음과 빛을 발사하고 엄마 뱃속에 파바바박 들어와서 노아가 되었어. 으하하하하!”
내가 왜 엄마를 좋아하는지 알아?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웃긴 사람이거든. 우리 엄마는 솔직히 진짜 웃겨. 엄마 때문에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고 배꼽이 빠질 거 같은 때도 많아. 그런 우낀 엄마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순간이 종종 있는데 ‘노아 = 별’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믿을 수 없지만, 또 믿어볼까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그런 이야기지. 사실 내가 무엇이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지금 엄마, 아빠가 내 곁에 있고 나는 노아로 태어났고 우리는 가족이니까.
아빠의 엄마, 아빠 그러니까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뉴올리언스에 살아. 재미있는 것은 뉴올리언스 할아버지는 네덜란드(Netherlands), 할머니는 아일랜드(Ireland) 사람이라는 거야. 거기에 프랑스, 영국 사람의 피도 흐른대. 서울에 사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한국사람이야. 그러니까 내 몸에는 이 모든 피가 동시에 흐르지. 처음 사실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 하나, 둘, 셋, 넷… 너무 많은 나라가 내 몸 안에 섞여있잖아. 오 마이 갓! 그럼 난 뭐지? 미국에서 사니까 미국 사람인가? 한국말도 하니까 난 한국 사람이기도 하고, 내 성 ‘반 브랭큰’ 네덜란드에서 왔는데… 머리가 살짝 아팠지만 결론을 내렸어.
'난 그냥 노아다!'
그렇지? 나는 그냥 노아야. 한국음식으로 치면 알록달록 비빔밥이고, 미국 음식에서는 온갖 맛있는 야채와 고기를 갈아 만든 미트볼 같은 남자야. 이렇게 생각하니까 재미있잖아. 앞으로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할 것을 약속해. 난 음식 없이 하루도 살 수 없거든.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렇게 나랑 엄마, 아빠 우리 세 식구는 고향인 서울과 뉴올리언스 가족들과 떨어져서 먼 도시에서 살아. 엄마, 아빠에게 혹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지 물어봤거든. 나는 엄마, 아빠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데 엄마, 아빠는 가족들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잖아. 게다가 엄마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일 년에 한 번 밖에 볼 수가 없으니까 더 슬플 것 같았지.
“이제 우리가 가족이니까 괜찮아.”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면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거야.”
엄마, 아빠의 말에 내 마음은 아주 편해졌어.
맞아, 우리는 새로운 가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