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슬픔은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안 돼요
타인과의 관계
다 타버려야 해요.
다 타버려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검은 재가 되어 땅속에 흡수가 되어야,
아픔을 영양분 삼아
새 싹이 틀 수 있어요.
다 타버려 재가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작은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는 일이
반복될 거예요.
어떤 슬픔은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안 돼요.
너무 애쓰지 말아요.
당신의 위로가 감사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에요.
당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지금은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이에요.
당신 탓이 아니에요.
그냥 내 마음에 빈 공간이 없어요.
어떤 위로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이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만 열심히 살려고요.
조금 덜 불행한 쪽을 선택하며
대충 살아보려고요.
행복한 선택이란 단어가
지금은 너무 과분해요.
알아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내가 갇힌 슬픔의
알을 깨고 나오지 않는 한,
새로운 세상도,
삶도 없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내가 갇힌 이 알을 안에서
주먹 꽉 지고 두드릴 때마다,
너무 아파 엄두가 나지 않을 뿐이에요.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봐요.
내가 나를 속일 수만 있다면
괜찮아 질까 싶어서요.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내가 갇힌 슬픔의 알을 깨고 나왔을 때,
내가 처음 보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요.
당신의 어떤 노력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알을 깨고 비로소 설 수 있었을 때,
당신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요.
어떤 것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거짓말인가 봅니다.
그냥 그 자리에 당신이
아무 말 없이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해요.
왜 슬픔은 면역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