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
수많은 아이들이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낯선 이로 규정된 사람들에 의해서.
낯선 사람이라고 하지 마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을 따라간 아이는
낯선 이가 아니라 아는 사람을 따라간 것이다.
아이 둘을 집에 두고 잠깐 마트를 가는 길이었다.
아내가 "모르는 사람한테 절대 문 열어주면 안 된다. 아니다.
그냥 엄마 아빠 아니면 대답하거나 그러지 말고 모른 척 해."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돌아서는 우리를 향해 아들이 묻는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열어주지 마?"
아내는 멈칫하더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만 열어주고, 다른 사람들이 초인종 누르면
그냥 집에 아무도 없는 척해. 인터폰 받거나 현관에서 대답하지 말고, 알았지"라고 정리한다.
모르는 사람.... 낯선 사람....
낯선 사람과 얘기하고 따라가면 절대로 안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나도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다.
한해 사라지는 아이들의 60%는 아는 사람을 따라갔다.
유괴범이 아이를 데려가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 35초...
2009년 성탄절을 앞두고 EBS에서 한 프로가 방영됐다.
평소 EBS를 자주 보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아이를 잃어버리고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엄마들의 인터뷰로 시작된 프로그램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EBS 제작진의 충격적인 유괴 실험이 이어진다.
사전에 부모들로부터 사전 허락을 받은 제작직은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한 달콤한 말을 건넨다.
우리 아이는 교육을 철저하게 시켰기 때문에 절대로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던 부모들의 표정이 하나 둘 경악의 빛으로 변한다.
절대로 다른 사람을 따라가지 않을 거라던 아이들은 제작진의 꼬드김(?)에
처음 본 제작을 순식간에 따라간다.
영화에서처럼 아이를 우격다짐으로 트렁크나 뒷자리에 태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발로 승용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고 실험 대상의 부모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뭐 사줄까? 스티커를 줄게라는 고전적인 방법부터
가짜 깁스를 한 채로 도움 요청하기,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기,
집 까지 태워줄 테니 길을 알려달라고 하기...
불쌍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라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이용하는 고단수의 방법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다친 척을 하면서 뒷자리에 물건을 찾아달라고 하니 비명 한번 없이 아이가
자기 발로 낯선 사람의 승용차에 올라 탄다.
아이들이 처음 본 제작진을 따라가는 데 걸린 평균 시간... 35초.
낯선 사람이 따라가자고 하면 어떻게 해야 되죠라고 묻자
"절대로 따라가면 안돼요"라고 대답하는 유치원생들.
그럼 낯선 사람을 한번 그려볼까요라고 선생님이 얘기하자 아이들은 이렇게 낯선 사람을 그린다.
유치원생들은 낯선이란 단어를 '이상한'으로 해석한 듯했다.
유치원생들은 그렇다고 치고, 이번에는 초등학생들에 물어봤다.
저마다 똑똑함을 뽐내려는 듯, 나름의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만 유치원생들이랑
'낯선'이란 단어에 대한 이해는 별반 다르지 않다.
'낯선'이란 단어에 초등학생들은 뿔, 칼, 망치, 마스크, 선글라스, 모자로 답했다.
아마 텔레비전에 나온 '나쁜'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나쁜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긴 걸 수도 있다.
그럼 이제 '낯선'이란 단어에 대한 외국 아이들의 일부 사례를 보겠다.
반복되는 단어가 보일 것이다.
'평범' , '보통 사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키가 작거나 크거나,
여자이거나 남자이거나,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거나,
평범한 야구 모자를 썼거나,
매일 보는 사람이거나,
친절하고 멋질 수도 있다.
2007년 안양에서 사라 진 아이들도 애완동물을 보러 가자는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갔다 살해되었다.
프로파일러가 유괴범에 묻는다. 아이들에 미안하지 않냐고..
유괴범은 프로파일러를 힐끗 쳐다보더니 "따라온 아이들이 잘못이죠"라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아이가 사라지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 35초.
사라진 아이의 60%는 아는 사람을 따라갔다.
아직도 낯선 사람을 따라 가면 안된다고 가르치고
당신의 아이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나는 확실히 교육시켰다고 자신하는 순간,
아이는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