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를 파는 대신 내가 몰기로 했다. 싣고 다닐 작업 도구가 여럿이었다. 플라스틱 의자, 동글뱅이 의자, 빗자루, 쓰레받기, 플라스틱 용기 네 개(세탁한 걸레용, 쓰고 더러워진 걸레용, 수세미와 샤워 타월용, 작은 도구들을 담는 용도), 긴 스퀴지, 밀대, 오븐 클리너, 락스, 주방 세제, 기역 자 헤라 두 개, 일자 헤라, '청소 완료. 신발 벗고 들어가세요.'라고 적은 종이, 스퀴지, 이런저런 솔 등등. 이 외에도 작업복, 장화, 가방, 보안경, 손목 보호대 들을 샀다.
어머니가 먼저 일을 시작하셨고 두 달 뒤에 같이 다니면서 청소하는 법을 배웠다. 한 집에서 구역을 나눠 일하고. 같은 건물로 가다가 어머니 차를 발견하고. 동시에 출발해서 가기도 하고. 중간에 점심을 먹고. 그러면서 배웠다. 닦고 치우는 것도 차를 끌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운전 경험이 적었기에 네비 찍고 목적지까지 가기, 골목으로 다니기, 청소할 건물 찾기, 주차하기까지 시간을 잡아먹는 것뿐이었다.
도착하면 장화로 갈아 신고 트렁크에서 청소 도구를 챙겨서 방에 들어간다. 쓰레기를 치우고 빗자루로 방을 쓸고 화장실에 물을 뿌린다. 레인지 후드를 빼서 오븐 클리너를 바른다. 곰팡이가 심한 곳이 있으면 락스를 바른다. 침대를 밀고 빗자루로 쓴 뒤에 창틀을 청소하고, 에어컨 위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에어컨 필터를 빼서 청소하고, 책상이나 옷장 따위를 닦고, TV를 닦는다. 몰딩을 청소하고 오븐 클리너 바른 걸레를 밀대에 붙인 뒤에 침대가 있었던 자리를 닦는다. 이때 잘 안 닦이는 부분이 있으면 발로 수세미를 문질러 해결한다. 그다음 스퀴지로 물기를 모아 걸레로 훔치고, 마른 걸레를 밀대에 붙여서 또 한 번 닦는다. 마지막으로 마른 걸레를 들고 가서 놓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이 다 끝나면 침대를 원래 있었던 위치로 옮긴다. 전자레인지, 냉장고(심하게 더러우면 선반을 다 꺼내서 닦는다), 중문 들을 깨끗이 만든 다음에 보일러실과 화장실을 청소한다. 보통 주방을 마무리하기 전에 방을 닦고 나온다(밀대로 닦고 스퀴지로 모아서 걸레로 훔치고 또 한 번 밀대로 닦는 식) 주방을 청소할 땐 서비스로 세탁기에 있는 먼지를 제거한다. 다 끝나고 나올 땐 '청소 완료. 신발 벗고 들어가세요.'가 적힌 종이를 현관에 둔다.
일흔 개 넘는 집을 청소하며 돈을 벌었다. 복층 원룸(청소하기가 배로 힘들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원룸(엘리베이터가 있으면 매우 감사하다), 빌라에 있는 원룸(청소하기 힘든 환경일 때가 많다) 1.5룸, 투룸이 내 현장이었다. 음료 주신 분, 커피와 머핀을 주신 분, 우리 건물주가 얼마나 잘났는지 아느냐며 자랑하신 분, '얘가 왜 여기에?'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신 분, 오염된 냉장고에 계란을 두고 가며 '신선한 계란이니 드세요. 수고하세요. 청소하시는 분들께'라는 쪽지를 남기신 분 들을 만났다. 집 상태를 말하자면 어떻게 이런 집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집이 꽤 있고. 요즘에도 이렇게 오래된 집이 있구나 한 적이 있고. 좁은 원룸에서 고양이를 기르면 고양이한테 미안하지도 않나 싶은 집도 있고. 한 집은 담배 찌든 때가 심했는데, 창틀과 에어컨이 '더러운 노란'색으로 덮였다. 오래돼서 누런 게 아니라 담배 찌든 때 때문이었다. 그걸 벅벅 닦으면 또 지워지긴 지워진다. 멀쩡해 보이는 책상을 쓱 훑은 뒤에 헹구면 노란 물이 나왔다.
두 달 가까이 되니 손가락이 아프고 걸레 짤 때 손목이 욱신했다. 일은 안 늘고 벌써부터 통증이 있으면 오랫동안 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실은 본격적으로 혼자 일할 때부터 안 맞는다고 느꼈다. 그래도 차를 팔지 않고 일 때문에 돈을 많이 쓰신 어머니를 생각해서, 또 포기할 수 없기에, 이번에는 정말 끝까지 해 보자는 결심으로 견디려 했지만 결국 그만뒀다. 청소 일이 내게 안 맞는 것 같은데 그만하는 건 어떻냐는 말을 듣고서. 이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
편집 디자인을 배울 때도 느렸다. 교정 교열할 때도 느렸다. 글을 쓸 때도 느리다. 청소 일을 하는 내내 느리다는 사실이 트리거로 작용했다. '새것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씀에도 그게 안 돼서 시간이 배로 걸렸다.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안에 끝내야 한다고 했는데 난 딱 한 번 세 시간 반에 끝내 봤고, 보통 네 시간에서 네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난 왜 이렇게 느릴까'라는 생각을 종일 머릿속에 떠올렸다. 일하기 전에 이미 지쳤다. 날마다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늦어지면 답답하고 화가 났다. 틈틈이 '쉽게 일하자' '즐겁게 일하자' 다짐했다. 운전하면서, 청소하기 전에, 하던 중에 기운을 내려고 일부러 웃었다. 그러다 별것 아닌 일로 짜증 내고. 다시 웃고. 화내고. 웃고. 미친 사람처럼 그랬다. 세 시간이나 세 시간 반을 넘기면, '이 정도면 세 시간 안에 끝내겠는데?'라고 생각했지만 그 시간이 지나도 한참 남으면, 힘이 빠졌다.
멍하니 앉아 있었던 적이 몇 번 있다. 청소하다 말고 의자에 앉아서. 그런 컨디션으로 꾸역꾸역 일을 끝내면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씩 걸린다. 내가 질질 끌고 버틸수록 어머니만 더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일을 잘해서 돈을 그럭저럭 벌며 어머니를 돕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짐을 덜기는커녕 얹었다. 혼자 일하기 시작한 뒤로 그저 버텼는지도 모른다. 더 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었을까. 방을 백 개, 이백 개 청소해도 안 되면 오백 개, 천 개를 하면 잘할 수 있었을까. 나도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고 다른 사람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일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그렇다.
짐을 빼는 순간까지 '아직 이른가' '그만두는 게 옳은 걸까' 미련이 남았지만 나만 괴롭고 어머니를 힘들게 만들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다. 끝까지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만큼 여러 감정으로 복잡해졌다. 이천이십삼 년 이 월 십 일 금요일, 원룸 세 개를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내비게이션을 보면서도 길을 네 번이나 잘못 갔다. 폴딩 카트에 짐의 반을 싣고 나머지는 뒤집은 플라스틱 의자에 실어서 옮겼다. 락스 묻어 변색된 작업복들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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