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연극 동아리 #글 잘 보고 있어요 (93%쯤)

by 안다훈



쓸데없이 진지한 게 내 성격이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 가까워지려고 아니면

어떻게든 그렇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안 될 때가 많았고

그것은 항상 너에 대한 미안함을 불러일으켰다.

예민하고 피곤해하면 어떻게든 풀어주고 싶었고

버거워하는 것 같으면 그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

이런 내가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말만 앞서고 실속은 없는지 아니면 많이 서투른지

정말 열심히인 것 같은지 아니면 도움이 안 되는지

어찌 됐든 진심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널 챙겨주고 싶고 그렇게 됐는진 모르겠다

너를 많이 챙겨주고 도와주라는 말을 하는 애들이 있었다.

지금은 학교에 없는 그 애들은, 네가 나가지 않게 잘 부탁한다는 말까지 했었다.

그것이 이유였을까?

꼭 그렇지마는 않은 것 같다.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나오는 결론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마음이 그렇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가 여자든 남자든 선배든 후배든 난 변함없이 도와주려 했을 것이다.

이거에 대해선 나도 뭐라 정리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

내 마음이 동하는 대로 한다고 해서

그게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란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렇듯 너를 도우려 하면서도 힘든 날이 참 많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힘들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다

'힘들어하는 것 같은데', '피곤해 보이는데'

이런 생각들이 들 때면 나도 덩달아 힘이 안 났고

의도치 않게 너와 말싸움을 하게 된 날이면

잠이 드는 순간까지 온 신경이 그것에만 집중돼 스트레스받았다.

딱딱하고 냉정한 문체의 카톡이 올 때마다 상처를 받았고

그런 것을 실제로 겪을 때면 마치 버림받은 것처럼 가슴이 정말. 정말 많이 아팠다

바보 같은 생각일지도 모르나, 나를 싫어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쨌든, 지나치게 예민한 내 스스로를 탓해도

쉽게 덜어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고

힘겨움 역시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덧붙여 말하자면,

행여나 네가 너무 지친 나머지 소속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말을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단 한순간도 잊어본 적이 없다


가끔씩 장문의 카톡을 보내는 내게

고맙다고 힘이 된다고 하는 너의 말이

내겐 유일한 위안이자 뿌듯함이 되었었다.

처음에는 무난하게 느껴졌으나

끝에 가까워질수록 능력의 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이건 너에 대한 고백이지만

나를 위한 고백이기도 하다.

인간관계에 대한 내 태도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며

내가 예민하다는 것을 구구절절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미안함에 쓰기 시작한 글이기도 하다.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라는 간단해 보이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지를 몰랐었다.

이제 며칠 안 남은 기간.

조금만 더 버티자.





버거워하기에 늘 신경 쓰고 챙겨줬던 동생.

우연히 마주쳤을 때

"블로그에 있는 글 잘 보고 있어요~"

라는 말을 내게 해줬고, 이름도 잘 몰랐던 그 동생을 좋아하게 됐다.


그리고 이 글은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고 챙겨주기 위하는 거라 구구절절 적었던 거고.


그 동생한테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마 보냈을 테다.




인원이 부족했다. 난 기획장이었고 무대 업무에도 참여했다.

대본을 보니 핀 조명도 맡았나 보다.

그 애에게 실린 무게를 덜어 주고 싶었다. 탈퇴할까 봐, 힘들어할까 봐 불안하고 걱정됐다. 전역 직후라 내 몸은 덜 신경 써도 괜찮았나 보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다행이었다. 메신저로 위로하는 말을 하고 힘내라는 말을 할 수 있어서, 그 애가 고맙다고 해 줘서 나도 고마웠다.








「스물 셋, 마음을 담아 보낸 글」이라고 저장한 글입니다. 밑줄 그은 부분은 블로그에 올릴 때 덧붙였던 내용이에요. 솔직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한, 그런 마음이 담겼습니다. 벌써 십 년이나 지났네요.


이 글 역시 '연극 동아리' 시리즈로 두 번째 책에 실으려고 했습니다. 앞뒤로 설명하는 글이나 매듭짓는 글을 추가하면 될 듯합니다. 두 번째 책과 결이 안 맞는다는 생각에 '중단 혹은 보류' 폴더에 넣었습니다.

(93%쯤)은 '완성도가 93%쯤'이라는 뜻입니다.









인스타그램: anda.hun

* 『문장의 B컷』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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