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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예지 Dec 10. 2020

달달 뽁다가

Recipe 8. 떡국

@최명순


떡국 끓이는법 무우 적당희

썰고 솥이 물기마르면

참기름에 고기넣고 달달뽁다가

국물부어서 끓으면 떡너고(넣고)

끓여서 마늘넣고

맛이 안나면

다시다 첨가

@최명순


모든 야채가 비싸다

관리 잘해먹어

배추는 감자 박스에

담아서 먹어라




엄마가 해주는 음식은 웬만해선 다 맛있지만,

구정 연휴에 먹는 떡국 맛은 가히 환상적이라서,

나이 먹는 일 따위 지레 겁내지 않고

두 그릇을 뚝딱 비워낸 후, 호기롭게 배를 두드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 살 더 먹는 일이 대수일까!

엄마의 떡국은 한 그릇 갖고는 성에 차지도 않지, 아암 그렇고 말고."


보무당당하게

'한 살' 더 먹는 일 앞에 의연하기만 했던 시절을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

이제는 기꺼이 떡국을 반 그릇으로 줄여서라도

나이 먹고 싶지 않은, 이 얄궂은 마음이란!


엄마의 넉넉한 언덕에서 어린양으로 풀을 뜯으며 살 때,

 -구정 즈음-

가장 좋은 햅쌀을 구해와

떡방앗간에 이고 지고 가던 모습으로 한 해의 풍경이 시작되곤 했다.


햐앟게 불려진 몇 되의 쌀은,

그야말로 쫄깃쫄깃한 가래떡으로 변신해 돌아왔는데,

조청 따위에 감히 찍어먹지 않아도,

갓 뽑아낸 뜨끈뜨끈하고 부드러운 생떡은

조그만 목구멍을 따라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이제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버스에서 멀미 나거들랑 먹어래이' 하며

손에 쥐어준 몇 알의 귤을 까먹으며

시린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고향 마을의 풍경을 뒤로 한 채

엄마의 품을 떠나버린 뒤로

명절의 풍경은 묘하게 바뀌었다.


구정 연휴 첫날에 겨우 집에 도착해,

휘리릭 바람처럼 지나가는 휴일의 뒷꽁무니를 멍하니 쫓다가

허겁지겁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면,

엄마는 위생봉투에 먹기 좋게 소분한

떡국 해 먹기 딱 좋게 굳은 가래떡을 양껏 실어주시곤 했다.


떡국 해 먹는 방법에 대해서,

어느 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주시더니

어느 해는 그걸로 안 되겠다 싶었는지 허겁지겁 펜을 집어 드셨다.


서울집에 도착해 짐을 정리할 때면

바리바리 싸주고도 모자라

혹여 빠진 것이 있을까봐 조바심 내던

 엄마의 얼굴부터 떠올라 눈물콧물 찍어내다가도,

'달달' 뽁으라는 포인트에서

나도 모르게 픽, 웃어버리곤 했다.


세상에나, 이렇게나 달달한 말이 있을까 싶어,

서둘러 그 달달함이 휘발되기 전에 떡국을 해 먹었던 것이다.


달달 볶인 고기를

달달 볶인 무를,

엄마의 지극함에

달달 볶인 내 마음을,

우리 엄마, 명순 씨는 알랑가 몰라!



명순의 '레시피' 이전 글 : https://brunch.co.kr/@anding-credit/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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