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야 할 때 걷지 않으면, 뛰고 싶지 않을 때 뛰어야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가끔 떠올리게 되는 문장이다. 어떤 의미를 품고 있을까? 꾸준하게 걷지 않으면 쉬고 싶을 때, 쉬기는커녕, 뛰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방학 숙제로 해야 할 일기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매일 쓰는 것은, 걷는 거다. 매일 조금씩 천천히 걷는 거다. 개학을 며칠 남기지 않은 시점, 일기를 매일 썼던 사람은 어떨까? 걷던 대로 그냥 걸으면 된다. 무리할 이유도 없다.
매일 쓰지 않았으면 어떨까?
엄청난 속도로 뛰어야 한다. 몸이 안 좋거나 피곤해서 쉬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쉴 수 없다. 뛰지 않으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때울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방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그렇게 항상 뛰었던 기억이 난다. 일기가 아닌 다른 숙제도 있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해서 온 식구에 내 숙제에 매달린 적도 있었다. 걸어야 할 때 걷지 않아 자초한 뜀이다. 나는 물론 애꿎은 어른들까지.
뛰고 싶지 않을 때 뛰는 건, 원하지 않는 선택이다.
걸어야 할 때 걷지 않은 건 원하는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부른 최악의 상황이다.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당하게 되는 거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거다.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참담한 심정이 들기도 한다. 후회가 밀려온다. ‘그때 왜 걷지 않았을까? 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웠을까?’ 등등의 생각이 마음에 휘몰아친다. 어수선하게 만드는 거다.
오랜 세월뿐만이 아니다.
짧게는 하루에도 이런 마음을 느낀다. 휴일 아침, 늦잠을 자며 뒤척인다. 해야 할 일이나 아무런 일정이 없다면,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사람이 매일 바지런하고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쉼이 필요할 때는, 쉬어야 한다. 해야 할 일이 있고, 소화해야 할 일정이 있는 날이면 어떨까? 여유 있게 일어나면 편안하게 준비해서, 해야 일을 하고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천천히 걷는 거다. 미지노선이 임박해서 일어나면 어떨까?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쁘다. 계속 뛰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다.
급한마음 한편에서는 후회가 밀려온다.
‘아!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날 걸. 어제 좀 일찍 잘 걸. 미리 좀 해둘걸…….’ ‘걸, 걸, 걸’ 하면서, 그러지 못한 과거의 시간을 아쉬워한다. 그 중심에 있던 자신을 원망하기도 한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마음과 태도다.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을 후회의 시간으로 보내게 된다. 이 마음으로는, 더는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 후회와 원망의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준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맺을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잘 걸으면 된다.
이것이 최선이다. 최선의 상황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선으로 만회하면 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차선으로 만회하는 걸까? 지금 이전의 모든 시간, 선택과 행동했던 모든 것들을 잊는 거다. 지금 순간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걷든 뛰든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하는 거다. 최선의 결과나 원하는 결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최악의 결과는 막을 수 있다. 이전 시간은 어찌할 수 없으니 그렇다고 해도, 깨달은 이후 시간은 나아질 수 있다. 아니, 나아지게 된다. 도돌이표를 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테니 말이다.
지금부터 다시 고쳐 잡으면 된다.
현실 상황으로 안주하고 타협했는가? 어쩔 수 없다며,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흘러왔는가? 아쉬움도 후회도 원망도 안타까움도 다 있을 거다. 이 모든 마음을 묻고, 지금부터 고쳐 잡으면 된다. 지난 시간을 어찌할 것인가?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다 의미가 있다. 마음이 쓰리지만, 그 시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는 말이다. 안 그런가? 지금의 나 자신이 있을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을 거다. 무시할 수 없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시간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선택이 아니었을 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때다.
지금부터, 현실 상황이나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타협하고 또다시 관성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된다. 당장 방향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생각을 명확하게 하면서 방향을 바꿀 준비를 하면 된다.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다시 한번, ‘지금은 아직 아니지?’라는 변명으로 둘러대지 않도록 말이다.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원하는 삶을 살기 어렵다. 원하는 삶을 위해서는, 그 방향이 향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선택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