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과 조약돌에서 배우는 공동체의 모습

by 청리성 김작가

겨울 바닷가에 가면,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모래사장이 있는 바닷가 말고, 조약돌로 된 바닷가에서다. 흔하진 않은데, 그곳에 가면 꼭 기억난다. 군대에서의 기억이다. 일병 때였다. 대대 유격 조교를 선발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섬에 있던 터라 인력이 많지 않았다. 중소기업처럼, 한 명이 여러 역할을 해야 했다. 유격 조교도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전문(?) 인력을 제외하고, 대대에서 임시로 유격 조교를 선발했다. 대대에서 유격 훈련받을 때, 조교로 투입할 인원을 훈련했던 거다. 일반 병들은 유격을 여름에 받으니, 조교 훈련은 겨울에 했다.


지원해서, 유격장으로 이동했다.

한겨울 유격장은 음산했다. 산에 있어서 그런지 더 춥게 느껴졌다. 각 대대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다. 대략 50명 정도 된 것으로 기억한다. 2주 동안 훈련을 받았는데, 겨울 유격은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유격 훈련 특성상, 밧줄을 타고 오르거나 내리는 훈련이 많았다. 한겨울이지만, 털장갑을 착용하고 훈련을 받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줄로 인한 찰과상을 방지하기 위해 장갑을 착용하지만, 보온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손이 얼어, 쥐어지지 않았다. 밧줄 잡기가 어려웠다. 감각도 없었는데, 줄을 잡고 오르고 내리려니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었다.


부상도 더러 일어났다.

기상하고 바로 알통 구보를 했는데, 산속을 달리다 보니, 다리를 삐끗하는 일도 있었다. 유격 훈련 자체가 다칠 가능성이 커서, 부상자가 계속 나왔다. 부상자가 나오면, 바로 부대 복귀를 시켰다. 조금 쉬웠다가 다시 훈련을 받도록 배려(?)하지 않았다. 바로, 퇴소시켰다. 한창 힘들었던 시기였으니, 퇴소자가 부럽기도 했다. 훈련을 마칠 때쯤이 되자,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서바이벌하는 느낌이 들었다. 의기양양하게 지원하고 왔는데, 다쳐서 퇴소했다는 불명예를 얻기는 싫었다. 작은 부상이 있었지만, 참고 버텼다.


어느 날, 조약돌이 깔린 바닷가로 내려갔다.

바닷바람이 매서웠다. 조교는 윗옷을 벗으라고 했다. 윗옷을 벗자, 동작이 느리다며 모두를 눕혔다. 전문용어(?)로는 뒤로 취침이다. 앞으로 취침과 번갈아 가며 얼차려를 줬다. 몇 번을 하다가 좌로 굴러 우로 굴러는 하는데, 조약돌이 몸에 붙는 게 아닌가! 차가운 돌이 따뜻한 몸과 만나서 접착 효과가 일어난 거다. 단단하고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가져갔을 때, 혀에 달라붙는 그런 현상이었다. 일어나자 모두, 몸 군데군데에, 돌들이 붙은 게 보였다. 돌을 떼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살갗이 벗겨지는 느낌이 났다. 조약돌 바닷가에 가면, 떠오르는 기억이다.


조약돌을 보면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오래전에 들었던 이야기다. 조약돌이 처음부터 조약돌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모난 돌이었다고 한다. 산에서 주로 보는,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돌 말이다. 어떤 돌은, 너무 뾰족해서 흉기가 될 수도 있는 그런 돌이었다고 한다. 모난 돌이 바닷물에 쓸려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서로 부딪쳤는데, 오랜 세월 그렇게 되니 돌이 점점 조약돌 모양을 띠게 된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오랜 시간 부딪쳐야 모난 돌이 조약돌이 될 수 있을까? 짐작을 할 수 없지만, 그 말을 들으니, 마치 우리네 삶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공동체에 속해서 산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 공동체로부터 삶을 시작한다. 동네 아이들과 만나고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면서 필연적인 공동체 생활을 이어간다. 그밖에 여러 모임 등을 통해, 선택적 공동체 생활도 경험한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모난 돌이다. 각자 다른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다. 모난 돌이 한곳에 모여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힌다. 여러 상황으로, 구르고 또 구른다. 아프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깨지기도 한다. 서로 주고받는다. 오랜 시간 그렇게 구르다 보면, 모난 부분이 깎여지고 점점 반반해지면서 둥글둥글해진다.


잘 어우러진 공동체 모습이지 않을까?

처음에는 모난 돌이었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그랗고 반반한 조약돌이 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다. 모난 부분이 없어졌다고 해서, 개인의 성향을 버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기 성향을 유지하지만, 그것을 모난 돌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부딪히고 깎이면서 드러내야 할 것과 그러지 않아야 할 것을 판단하고 행동한다. 함께 어울려서 지내는 모습으로 변화되는 거다. 건강한 공동체의 모습이다. 함께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건강한 공동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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